달콤 쌉쌀한 추억을 찾아주는 탐정사무소 <가모가와 식당>1, 2, 3권
지은이 가시와이 히사시(일본 최고의 교토 안내인) : 1952년 교토 출생. 여행을 좋아하고 교토 및 일본 각지를 다니며 여러 여행기와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는 소설 <가모가와 식당>에서 일본 최고의 '교토안내인'이라는 수식어답게 교토의 사계절 풍경과 섬세한 전통음식들을 소개해준다. 그리고 그동안 미처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추억과 관계,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대사들을 선보이며 독자를 '가모가와 식당'안으로 끌어들인다. 저서로는 <혼자서 교토> 시리즈, <지금 교토의 가격> <훌쩍, 교토 행복 걷기> <내가 찾은 료칸> <아라시야마 벚꽃 문양 살인사건>등이 있다.
1권을 번역한 이영미 님은 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 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여러 권의 책을 번역하고 보라나비 저작 번역사의 첫 번역상을 받았다.
2권과 3권을 번역한 김진아 님은 서울여대 경영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 소개에서 인용-
교토역에 있는 히가시 혼간지 절 근처 골목에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이 있다. 가모가와 나가레가 딸 고이시와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다. 식당에서는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음식을 찾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추억이 담긴 음식을 찾아내 재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요리 춘추>라는 잡지에 실린 한 줄 광고 ‘음식을 찾습니다.’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나 아는 사람을 통해 오는 손님들의 의뢰를 받고 있다. 손님이 음식 찾는 것을 의뢰하면 딸 고이시가 간단한 기본적인 정보를 적고 찾고자 하는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단서를 얻는다. 그것을 바탕으로 예전에 형사를 했던 나가레는 직접 음식과 관련된 도시로 출장을 간다. 그곳에서 추리하고 유추해서 음식을 만든다. 의뢰했던 손님이 오면 음식을 먹을 당시의 분위기, 그릇까지 맞추어 음식을 만들어 낸다. 다 먹고 나면 그 음식을 찾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곳에서 얻어온 사진 자료를 보여준다. 손님에게 그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그릇까지 챙겨주고 요리법도 적어서 준다.
이 책의 에피소드는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진다. 의뢰인이 가모가와 식당을 찾아오고 가모가와 나가레와 그의 딸 고이시는 손님을 맞이한다. 식사를 원하는 손님에게 오늘의 정식을 권한다.
“먼저 쇼카도 도시락의 내용물부터 설명해 드리죠. 열십자로 나뉜 오른쪽 위 칸은 반주의 안주, 핫슨(가이세키요리)쯤 되는 음식입니다. 이것저것 자잘하게 넣어봤습니다. 오른쪽 아래 칸은 구이 요리인데 오늘은 겨울 빙어 양념구이입니다. 왼쪽 위 칸은 생선회와 초무침, 아카시 도미, 그리고 붉은 살 생선은 기슈의 다랑어, 가라쓰의 전복은 불에 살짝만 그슬렸습니다. 미야지마의 붕장어는 굽고 오이와 양하로 초무침을 만들어 봤습니다. 왼쪽 아래 칸은 표고버섯 밥, 신슈산인데 향이 아주 좋아요. 잠시 후에 맑은장국도 내 올 테니 천천히 많이 드십시오.” 1권 58, 59 페이지
손님은 작은 사발과 접시에 담긴 아기자기한 음식이나 도시락에 정갈하게 담긴 음식들을, 눈으로 후각으로 먼저 보고 맛을 본다. 손님은 나오는 음식을 술이나 차와 함께 먹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생선회도 좋지만, 이 핫슨은 정말 대단하네. 꼬치고기의 보즈시(좁고 긴 나무틀에 넣어 눌러서 만든 초밥)잖아, 달걀말이에다 이 쓰쿠네(짓이긴 어육이나 닭고기에 달걀, 녹말을 섞어 경단처럼 둥글게 뭉쳐 기름에 튀긴 것)은 메추라기인가? 그리고 문어다리를 조린 이 벚꽃이니(문어를 바짝 조려서 벚꽃색으로 만든 것)는 혀에 닿기만 해도 살살 녹아." 1권 59페이지
식사 후 고이시에게 찾아달라는 음식에 대해 알려 주지만 음식은 15년 전 사별한 아내가 만들어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뚝배기 가락국수이나 55년 전 잠시 만났던 남자와 먹었던 비프스튜이다. 먹는 도중 프러포즈를 받고 놀라서 뛰쳐나온 뒤 어디에서 먹었는지 식당 이름도 맛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음식을 찾아달라고 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단서도 거의 없는 그래서 추론하고 직접 손님이 이야기한 장소에 가서 탐문하면서 실마리를 잡고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 모든 것을 물 흐르듯 이야기 속에 녹여낸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힘이 강해서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풍부하고 나오는 음식들이 다양해서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책은 한 권당 에피소드 6종류, 즉 6가지의 음식을 소개한다. 카레, 햄버거, 뚝배기 가락국수, 오므라이스, 교자만두, 야키소바 같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군침이 흐른다. 손님에 빙의해서 가모가와 식당에 앉아 기대감에 찬 음식을 음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추억의 음식에 숨겨진 이야기는 손님의 마음을 흔들고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세밀한 묘사에 눈앞에 음식이 떠다니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심지어 오늘은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모두 18가지의 대표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거기에 곁들이로 나오는 오늘의 정식 또한 다양한 일본 요리들이라 흥미를 끈다. 일본 여행을 할 때 보았던 교토의 히가시 혼간지 근처 가게라서 인지 더 친근감 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