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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을 찾아서

by 황현경

진달래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눕는

우리들의 持病(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내 혼에 불을 놓아> 이해인 제2 시집 분도출판사-



가녀린 연한 꽃잎 속에 애처로운 꽃술은 바람에 금방이라도 훨훨 날아갈 듯 살랑거립니다.

잎사귀 한 점 없이 가지 끝에 위태위태 꽃을 피워 올린 진달래는 눈물 빛깔이라는 시인의 시구가 어울리는 꽃입니다. 이파리와 더불어 씩씩하고 단단하게 피어나는 철쭉과 비교하게 됩니다. 철쭉이 필 때쯤 진달래는 시름시름 앓는 아기처럼 그 연한 꽃잎이 지곤 합니다. 가냘픈 꽃잎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마포에 있는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준비물로 진달래 꽃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장 내일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합니다. 여섯 시에 퇴근하면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정류장을 지나쳐 갔습니다. 진달래를 찾으러 도봉산에 도착했을 때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으로 진달래꽃을 찾았지만, 드문드문 피어있는 철쭉만 있었습니다. 산에서는 해가 더 일찍 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두워 오는 도봉산에서 망연자실 주변을 살피며 서 있었습니다. 화전을 만든다고 했으니, 쑥이라도 캐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둠이 내리는 도봉산 자락에서 쑥을 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준비물을 진달래꽃으로 내준 선생님도 집에 있으면서도 아이의 준비물도 챙기지 않고 있는 사람도 준비물 확인도 하지 않고 늦게 돌아와 쑥을 캐는 나 자신도 다 원망스러워 찔끔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니지만 그때는 큰아이의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 속상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다시 피는/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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