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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춘천 여행

by 황현경

갑자기 떠나는 여행은 흥분과 기대감을 불러온다.

차가 없는 우리는 급하게 여행지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기차표나 버스표를 예매한다.

원하는 시간에 기차표가 매진되어 코레일 예매 창에 매진이라는 글씨들이 나란히 올라와 있을 때면 약간 실망한다. 그리고 차가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쩌다 가는 여행만을 위해 차를 구비해 놓는다는 것은 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큰아이와 아이 아빠에게 면허증은 있지만 사용하지 않은 지 몇십 년은 된 것 같다.

그래도 다시 예매를 진행한다. 여러 차례 조회하다 보면 가끔 나오는 취소 표를 줍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느닷없이 나온 제안이다. 작은딸이 카톡방에 월화 쉬는데 여행 갈까? 한마디에 서로 고민을 하다가 시간을 맞추고 급하게 여행지를 춘천으로 정했다.

춘천에 가본 지 오래되기도 했고 닭갈비와 막국수가 먹고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당일로 갔다 오기엔 거리상 부담이 없었다.

예전에 두어 번 춘천에 갔을 땐 소양댐으로 들어가 배를 타고 오봉산에 올라갔다 오곤 했다.

오봉산 중턱에 있는 청평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가에 있는 음식점에서 감자전을 시켜 막걸리 한잔 마시고 오는 게 코스였다.

이번에는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까지 3.61km의 거리를 케이블카로 갈 수 있다. 왕복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남춘천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시간 예약을 했다.

5시 15분 작은아이가 깨운다. 알람을 맞춰 놓고 잤는데 너무 졸려서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어 버렸다.

작은 아이는 어디 나갈 때면 늘 일등이다.

어릴 때도 제일 먼저 옷을 입고 문 앞에 나가 신발까지 신고 식구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이번에 작은 아이가 깨우지 않았으면 춘천 가는 건 포기해야 했다.

오전 5시 40분 작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여행지로 떠날 때면 늘 즐겁다. 새로운 것을 만나고 보고 느낄 생각에 설렌다.

전철을 타고 용산역에 내리니 6시 30분이다.

아이들은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서 기차에 올랐다.

언제나 기차를 타러 갈 때, 강원도 시댁에 갈 때마다 사주던 롯데리아 햄버거와 감자튀김. 아이들에게 기차역은 롯데리아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에 기차에 롯데리아 칸이 있어서 감자튀김을 사 먹기도 했었는데 지금 그런 기차가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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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춘천역에서 택시로 10분 남짓 달렸을까,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라고 쓰인 건물이 보였다.

9시부터 운행을 하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표를 예매하고 줄을 섰다. 크리스털 캐빈은 바닥이 투명창으로 되어 있고 20대가 운행한다. 46대의 일반 캐빈이 있다. 6명에서 8명까지 탑승이 가능한데 6명씩 탑승한다 해도 한 번에 396명이 탑승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많았지만 금방 탑승했다. 호수를 향해 급하게 내려가다가 서서히 올라갔다. 왼쪽으로 춘천송암스포츠타운과 에어돔이 보였다. 한쪽에선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로지르는 의암호 중간에 붕어섬이 있었다. 붕어섬에는 빼곡하게 태양광 패널이 깔려있었다. 멀어지는 춘천 시내와 광활하게 넓은 의암호를 바라보며 물 위를 날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9시 20분 도착 이디야 커피숍의 오픈을 기다려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와 카페모카 그리고 호기심으로 시킨 아이 아빠의 쌍화차. 창밖이 내다보이는 소파에 앉아 음료수와 조각 케이크 그리고 카스텔라를 먹었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삼악산 전망대로 올라갔다. 나무 덱이 깔려 있어 걷기 좋았다. 중간중간 포토존이 있었고 입구에 뱀 조심이라는 팻말이 있어 혹시 뱀이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산철쭉의 분홍색 꽃이 예뻤다. 집 근처에 있는 철쭉은 키가 작고 꽃이 많이 피는 데 산철쭉은 나무가 크고 꽃은 많지 않았다. 전망대 맨 위로 올라가 춘천 시내를 바라보았다. 구름으로 인해 시야가 맑지 않았지만, 먼 곳의 풍광이 내가 산에 와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돌아가는 케이블카에서는 무서움보다 여유로운 마음이 되었다. 감자 빵을 파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카이막 아이스크림과 감자로 만든 와플이 대파 크림치즈와 함께 나왔다. 큰 아이는 감자 빵 4개 한 세트를 샀다. 방금 구웠는지 따뜻했다. 감자의 포근포근하고 달콤함과 쫀득한 빵 맛이 좋았다. 의암호를 따라 자전거길이 있었다. 강을 바라보며 걸었다. 아름드리나무가 강을 따라 있었고 제비들이 날아다녔다. 멀리 레고랜드가 보였다. 길 끝에 차상찬(일제강점기 때 대표적인 잡지언론인이며 선구적인 민족문화운동가)이 자랑했던 절경 봉황대가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의암호 문인의 길이라는 팻말과 군데군데 시와 명언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택시를 타고 닭갈비 맛집을 물어보았다. 유명하다는 곳에 내려다 주고 간다. 유명세 탓일까? 대기인원이 많았다. 번호표를 받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음식점으로 들어가니 넓은 홀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남춘천역 쪽으로 걸었다. 가다가 들린 음식점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오후 두 시다. 올라가는 기차는 6시 38분 차다. 작은아이가 취소표를 찾아 3시 30분 차로 예매하고 급히 남춘천역으로 갔다. 기차를 타자마자 다들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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