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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Jan 17. 2023

지나간 계절을 마무리하며

그 해 여름

오랜만에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다가 J 발견했다. 어느덧 그녀도 20 후반이 되어있을 터였다. 그녀는 여전히 하얗고 작았다. 눈이 휘어지는 웃음을 짓고 있었고 손의 마디마디가 앙상했다. 아주 잠시동안    여름이 떠올랐다.


그녀의 사진을 보는 순간 문득 알았다. 알아버렸다. 이제 어떤 시절은 영영 끝나버렸다는 것을. 나는 더 이상 그 여름을 회고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어떤 것은 찰나의 순간 종료되기 마련이었다. 내겐 그것이 마치 어떤 침전물 같았다. 가라앉아 있던 것들을 너무 자주 휘저어 떠올렸다. 바닥의 것들은 바닥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저 편의 것들을 자꾸 끌어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깨달음이 무색하게 순간 그녀의 사진을 보고 반가웠다. 병동에서 20대 초반의 여름을 함께 보냈던 그녀는 계절을 막론하고 힘이 들 때면 생각나던 존재였다. 한때 내게 집 같던 사람. 그런 그녀의 사진을 보다가 이젠 내 마음이 실로 괜찮아졌음을 알았다. 더는 습관처럼 그 해 여름을 꺼내보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몇 해가 지나고 무수한 알약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 하나를 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과 약의 힘이 이렇게나 위대했다. 꼬박꼬박 병원을 드나들었던 그간의 시간이 쓸모 있었다는 게 나를 무너지지 않게 했다. 어느덧 한 달 반 간격으로 약을 받아오는 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을 가던 삶에서 참 많이 발전한 셈이다. 지나가지 않을 것 같던 밤들도 다 지나고 잊히지 않을 것 같던 사람도 잊히고. 사는 게 제법 살만 했다.


매년 습관처럼 보던 신년 운세도 올해는 보지 않았다. 그런 애매한 문장들에 마음을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신년 운세를 보고 신년 계획을 짜는 것 대신 그저 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기를 택했다. 지나간 시절을 꺼내보고 생기지 않을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내 앞에 닥친 하루를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지나간 여름처럼 다가올 가을도 온몸으로 맞아내는 내가 되기를.


오늘 문득 아침에 맞이하는 햇살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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