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받는 인스타그래머가 되다.

하면 된다.

by 윤사강

내게는 일상 계정을 제외하고 4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더 있다. 각각 글 쓰는 계정, 포트폴리오 올리는 계정, 회사 계정, 음식 사진 올리는 계정이다. 음식 사진 올리는 계정이란 소위 말하는 ‘먹스타그램’을 말한다.


먹스타그램을 개설한 건 작년의 일이다. 음식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까 먹스타그램에 관심이 생겼다. 어차피 회사 내에서 음식 연출컷 찍는 것도 다 내 담당이니, 사진 찍는 연습도 할 겸 음식 전용 계정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전 음식 앞에서 사진 한 번 안 찍던 나는 먹스타그램 행렬에 합류했다.


팔로워, 팔로잉 모두 0인 새 계정에서 시작한 내 먹스타그램은 지지부진한 초반을 지나, 사진이 제법 쌓이니 팔로워가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키우는 데에는 요령이 없어서 몰랐는데, #먹스타그램 #먹팔 등의 해시태그도 달고,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에도 ‘좋아요’를 눌러주며 꾸준한 활동은 필수였다.


무엇보다 사진을 굉장히 공들여서 찍고, 심지어는 포토샵으로 보정까지 한 뒤에 올릴 만큼 피드 관리에 신경을 썼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순전히 예쁜 걸 좋아하는 내 자기만족을 위함이었는데, 피드가 예뻐지니 따로 게시물을 올리지 않아도 꾸준히 팔로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팔로워가 느는 재미를 알게 되자 그다음부터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즐거워졌다. 음식을 먹으러 가면 수저부터 들던 내가 이젠 핸드폰 카메라를 켜다니. 장족의 발전이었다. 나의 먹스타그램은 커지고 커져 어느 날 디엠 하나를 받게 된다. 내게 협찬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27년 인생, 처음으로 ‘협찬’이란 단어가 삶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내 첫 협찬은 용산역의 한 일식 돈까스 집이었다. 우리 집은 분당이니 용산까지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첫 협찬’이라는 것 하나로 남자친구와 함께 용산까지 갔다. 협찬 제의가 온 순간부터 신기하고 너무 좋아서 웬만하면 맛있다는 리뷰를 써주려고 다짐했었는데, 객관적으로도 정말 맛있는 곳이었다. 식사권 4만 원어치에 맞게 정확히 4만 원을 맞춰서 식사를 하고 나오던 길. 계산을 하지 않고 나오는 게 괜스레 어색하기도 하고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돈까스를 시작으로 쌀국수, 홍게, 막창, 찜닭 등 협찬 러시는 이어졌다. 모든 협찬 제의는 인스타그램의 디엠을 통해서 왔다. 첫 협찬 문의가 온 뒤로 인스타그램의 알람을 켜 두는 건 필수가 되었다. 협찬은 가게에 직접 방문해서 식사를 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기도 하고, 음식을 택배로 받는 형태로 진행이 되기도 한다. 음식을 택배로 받는 경우에는 집에서 요리를 해서 리뷰를 써야 하기 때문에 가게에 방문해서 식사를 하는 편이 리뷰를 올리기에는 조금 더 수월한 것 같다.


물론 몇 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래머분들에 비하면 아직 난 갈 길이 멀지만, 처음의 미약한 시작에 비하면 지금은 창대한 진행형이다. 심지어 시작한 지 반년만에 팔로워 2000명을 넘을 줄이야. 협찬받은 포스팅이라며 리뷰를 올리는 인친들의 포스팅을 부러워만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역시. 사람은 뭐든 하면 된다.




제 먹스타그램이 궁금하신 분들은

@eating_hyeonji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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