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의 길은 어려워

이모티콘을 부탁해 2

by 윤사강

다른 여느 날처럼 그날 역시 하루 동안의 조회수를 확인해보려고 브런치의 ‘통계’ 탭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평소처럼 고만고만한 조회수 그래프를 예상했건만, 그날따라 꺾은선 그래프가 갑자기 위로 훌쩍 치솟아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아름다운 상승 폭이었다. 얼떨떨함을 뒤로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다.


조회수는 그날로부터 5일 전에 쓰인 <이모티콘을 부탁해>라는 글로부터 비롯됐다. 해당 글이 누군가의 ‘카카오 뷰’를 통해 공유가 된 듯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400이 넘는 조회수가 기록된 것이다. 다른 인기 있는 작가님들에게는 400이라는 조회수가 별 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글들이 30~50 언저리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내게는 ‘442’라는 숫자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그때 처음 ‘카카오 뷰’라는 기능을 알게 되었다. 링크를 걸어 콘텐츠를 공유하고, 누군가가 해당 콘텐츠를 보면 수입이 생기는 구조의 서비스였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내 이모티콘 실패담이 담긴 <이모티콘을 부탁해>를 공유해서 수입을 얻었다는 말이다. 폭등한 조회수에 기분이 내심 좋으면서도, 글을 쓴 건 나인데 정작 내 글로 돈은 다른 사람이 벌고 있다니. 뭔가 에센스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 나도 바로 카카오 뷰 계정을 개설했다. 그러고는 내 브런치 글을 공유했다. 물론 팔로워가 아무도 없으니 내가 공유한 브런치 글은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았겠지. 게다가 수입 창출은 팔로워가 100명이 넘은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하니 아무리 빨라도 상반기 내에는 카카오 뷰로 수입이 발생하긴 어려울 것 같다. 역시 불로소득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카카오 뷰에 대한 열정은 쉽게 타오른 만큼 쉽게 사그라들었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던 나의 소중한 이모티콘들이 생각났다. 카카오 심사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32개의 이모티콘들. 수정해서 재심사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심사에 탈락한 후 패기를 잃어 작업이 손에 쉽게 잡히지 않고 있던 터였다. 어차피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노릇. 나와 남자친구는 아예 날을 잡고 카페에 가서 ‘왜’ 떨어진 건지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해보기로 한다.


하나하나 다시 보니 이모티콘의 핵심 요소인 ‘감정 표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게 느껴졌다. 우리의 캐릭터들은 귀엽긴 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표현들을 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표현할 감정을 확실히 정하고 그에 정확히 부합하도록 동작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들을 거쳤다. 처음 이모티콘을 그릴 때는 2주 정도 걸렸었는데, 이번에는 기존에 있던 작업물에서 수정만 하는 거여서 그런지 하루 만에 작업이 끝났다. 이젠 완성된 이모티콘들을 또다시 카카오의 심판대로 올려 보내야 할 시간.


우리의 이모티콘이 나에게 불로소득을 가져다 줄지, 아니면 재심사를 위해 또다시 수정을 하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될 때까지 카카오의 문을 두드려 볼 생각이다. 내 나이 올해 27. 불로소득을 향한 여정에 발을 들였다는 것에 의의를 가지며, 카카오야 내 이모티콘을 부탁해-


소박한 나의 조회수 그래프



<이모티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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