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의 나는 기필코
고등학교 3학년, 정확한 시기는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을 무렵. 졸업생 선배라며 앳된 얼굴의 언니가 교실에 온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 언니도 갓 대학에 입학한 20살 언저리의 어리디 어린 학생이었지만, 19살의 소녀들에게 대입을 끝낸 대학생이란 커다란 어른처럼 보였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K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그 언니는 각종 공부하는 팁과 수능 비법을 전수해주었고, 자신의 대입 시절의 썰을 한참 풀어주었다. 그때 그 언니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 요즘 문득 생각이 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브런치에 가입하며 분명 1일 1 글까진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2개의 글은 업로드하리라고 다짐했었는데, 이젠 나를 애타게 찾는 브런치의 알림을 외면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분명 올해의 목표는 글을 더욱 자주 쓰는 것이었는데. 일이 바빠지며 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잠시 글을 놓고 나니, 이젠 시간이 생겨도 더 이상은 문장을 적지 않게 되었다.
조각 글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마지막 게시물은 1월 19일. 도대체 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사는 대로 생각해왔던 걸까. 소위 말하는 부업을 시작하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졌다는 핑계로 너무 편한 삶을 살아왔던 건 아닐까. 글을 쓰지 않으니 그만큼 생각을 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글과 함께 올릴 사진 역시 찍지 않게 되었고, 일상을 관찰하는 습관이 사라졌다. 삶이 뭉툭해지는 건 순간이었다.
부업을 시작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10개월가량을 배웠던 작곡 역시 그만두며, 틈틈이 혼자서라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럴 때마다 자율성이란 얼마나 가지기 힘든 덕목인지 실감할 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10개월 동안 열심히 배웠던 건데 점점 낯설어지는 게 익숙해서 가끔은 속이 상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정말 진부하지만, 하반기를 맞이하며 마음을 다잡는 글을 살며시 올려본다. 월요일을 맞이하며, 새로운 달을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며. 이러한 상투적인 새 시작들이 조금 간지럽기는 하지만 하반기의 나는 기필코 다르리라. 후회 가득한 연말을 보내지 않게 하반기를 빼곡히 채우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