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규정지은 경단녀
임신, 출산, 육아는 경력 단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딘가에 자신이 소속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좋게 말해서 소속됨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내 눈에 그저 여러 가지 자기들 멋대로 기준을 만들어 사람들을 분류하려고 작정한 나라 같다. 그런 사회적 편리와 고루한 틀에 나를 구분시키면 나는 ' 경단녀 '다. 사회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단녀란 ' 경력단절여상'을 말한다. 결혼, 임신, 출산, 쉼 시타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그렇게 분류한다. 최근에는 경단녀를 순화해서 경력보유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단어가 그 뜻이고 말장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경단녀가 되는 이유는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결혼과 더불어 여자의 숙명인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때문이다.
2023년 최저시급은 2022년 대비 약 5% 오른 9,620원인다. 그럼 기혼자 여성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주 40시간을 한다고 하면 유급 및 주휴수당 8시간을 포함하면 2,010,580원인 셈이다. 그러나 가사노동과 육아 노동비는커녕 독박육아를 하는 여성들도 많다. 또 가사노동과 육아는 휴일도 퇴근도 없다.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임신 출산 육아가 얼마나 전문적인 일인지.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을 경력 단절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경단녀 카테고리에 넣고 경단녀라 부르다니 고구마 오만개 쯤을 먹은 듯하다.
육아 경력도 경력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하면서 점점 개인의 시간과 자유가 속박당하니 변해버린 몸매와 뚝 떨어진 자신감으로 엄마들 스스로가 나를 경단녀라 인정하고 부른다. 자신의 리즈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와 비교하면서 절망에 빠지지 말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결혼했고 새로운 생명을 낳아서 기르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닌 매우 값진 일이다. 사회에 나가서 제도 속에서 돈을 벌어야만 사회인이고 회사원인가?
나는 내가 신입사원일 때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여성 선임 디자이너가 임신을 했는데 아이를 낳기 일주일 전까지 회사에 출근하고 육아 휴직을 다 쓰지도 않고 회사에 나왔다. 그때 미혼인 나는 의아해했다. 아기가 한 참 엄마가 필요하고 엄마 찾을 시기인데 육아 휴직을 채워서 쓰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이를 막 출산한 기혼인 선임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 회사에 나와서 일하는 게 육아보다 백배는 더 나아. "
그리고 실제로 그 선임 디자이너는 자신의 대기업 월급과 맞먹는 보모 비용으로 베이비시터에게 주었다. 나는 참 이해가 안 됐다. 내가 번 돈 거의 전부를 베이비시터에게 다 줄려면 내가 애를 보고 회사를 쉬거나 관두겠다고. 하지만 이젠 나도 결혼을 하고 임신 출산을 하고 나서 알게 됐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육아는 끝도 없고 누가 인정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기혼 여성 우리 스스로는 우리의 전문성과 육아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서서히 우리의 힘듦을 서로 응원해 주고 인정해 주자. 그리고 아이가 얼마큼 컸다면 가사와 육아에 올인하지 말고 서서히 개인적인 시간을 갖자. 아이도 커서 어느 시점이 되면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을 때가 온다.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한다. 우리 스스로가 일어서거나 나를 찾지 않으면 누구도 우릴 돌봐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아이 키우다 시간이 다 가고 젊음도 다 갔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내 것을 찾자. 꼭 그것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일에 도전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게 글쓰기이건 그게 드럼 배우기 이건 이 세상에 쓸 모 없는 경험은 없으니까. 그 작은 경험들과 노력들이 만나서 경력이 되는 것이다. 얼추 끝나버린 육아 경력을 내려놓고 참다운 나를 찾아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자.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