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가 나를 욕하는 거라고?
머리를 감고 말리는데 귀에 물이 들어갔는지 오른쪽 귀가 가려웠다.
라떼만 있었던 이야기 인 줄은 모르겠으나
"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누가 나를 칭찬하는 것이고, 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가 나를 흉보는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는 순수했을까?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간 후에는 귀가 가려울 때 마다 누가 나를 칭찬하나? 누가 나를 흉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친구들도 호듭갑을 떨면서 " 나 지금 오른쪽 귀가 가려워~ 누가 나를 칭찬하나 봐 "하고 해맑게 웃던 시절도 기억이 난다.
누가 처음 만들어낸 이야기인 줄 모르겠으나 어린 시절에는 오른쪽 귀가 가려울 때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왼쪽 귀가 가려우면 나를 흉보거나 욕하고 있을 만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가려움을 찾기 힘들어서 면봉을 찾아서 오른쪽 귀를 열심히 팠다.
진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완두콩 만한 귀지가 나왔다. ( 식사하시면서 읽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
오른쪽 귀지 파기만으로 못 자란 것인지 면봉을 돌려서 쓰지 않은 쪽으로 왼쪽 귀도 팠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부스러기만 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아들이 물어본다.
" 엄마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이 귀 파는 거 안 좋데."
" 근데 엄마는 너무 가려운데? " 그러면서 아들에게 라떼 유행했던 오른쪽 귀 왼쪽 귀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아들은 조용히 듣더니 이렇게 말한다.
" 난 양쪽 귀가 다 가려운 적도 많은데? 그럼 욕하다가 칭찬하는 거야? "
내가 생각해 보지 않은 아들의 뜻밖의 말에 난 웃음이 나왔다. 역시 내 아들은 나보다 똑똑한 것 같다. 난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해 봤을까?
칭찬 같은 흉을 본 것일까? 아니면 흉보는 사람이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동시에 있는 것일까? 별것 아닌 소재로도 아들과 나의 세대는 역시 다름을 느낀다.
이미지 출처: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