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후회 그리고 반성문
이미 지난 날들, 그러나 생생한 날들의 이야기
결혼 후 모모 네가 안 생겨서 엄마와 아빠는 참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어. 외국에서 신혼 생활을 했던 우리에게는 지나가는 아이들은 모두 천사 같고 예뻤지. 그리고 결혼 7년 만에 임신에 성공했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지만 엄마는 이미 공황장애로 일상이 무지 힘들었을 때였단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공황장애 약을 단약하고 난 너를 지키려고 열 달을 고군분투했었지. 십 년 같은 열 달이 흐르고 네가 첫 세상에 나온 날은 감격 그 자체였단다.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그리고 우렁찬 울음을 내뱉는 너로 충분히 우린 행복했고 감사했었지.
엄마는 네가 뱃속에 있을 때 참 걱정을 많이 했단다. 내가 공황장애와 불안증을 앓고 있으니 태교는커녕 단약 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일상이었지. 그렇게 네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난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네가 뒤집기를 하고 기고 앉고를 하면 그 자체가 기쁨이었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지. 하지만 네가 잠이 들면 난 항상 걱정을 했단다. 엄마가 건강하지 않아서 나중에 네가 불안증이나 공황장애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엄청 신경이 쓰였어.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고열에 경기와 열꽃만 피어도 뭔가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호들갑을 떨곤 했었지.
2~3살쯤부터 네가 좋아하는 바람개비나 선풍기 날개를 볼 때마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양손을 흔들기를 너만의 세리머니 처럼 했을 때 난 참 걱정을 많이 했단다. 문화센터를 가도 키즈 카페를 가도 기분 좋을 때 그렇게 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었기에 엄마는 너를 3살 정도부터 너의 그런 행동을 찍은 동영상을 들고 정신 건강의학과 선생님들께 보여드리고 진료를 보곤 했었지.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은 좀 더 커봐야 안다고 지금은 모른다고 이야기했을 때 엄마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단다. 그래도 내겐 너무 소중하고 이쁜 너였기에 엄마는 육아서적으로 배운 많은 지식들을 너에게 쏟아부었지. 육아 서적에 쓰여있는 좋다는 건 다 해줬지만 정작 엄마는 너의 기질은 관과 했던 것 같아. 나처럼 외동으로 자라는 네가 이기적이거나 버릇없이 자랄까 봐 어른 너를 붙잡고 훈육도 참 많이 했었던 것 같아.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진리처럼 믿고 있었던 엄마는 네게 예절교육이나 인성 교육만큼은 엄하게 가르쳤었다. 다른 엄마들이나 친지들이 아직 아기라고 말할 때에도 난 아랑곳 하지 않고 나의 육아 철학을 꺽지 않고 고집스럽게 너에게 예절을 가르쳤었다.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공부보다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고 엄마는 생각하니까. 그러나 그게 너에겐 버거웠을까? 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가 가르치는 것과는 반대로 질서를 지키거나 참지 못하고 반대로만 했었다. 그런 네가 이해도 안 되고 밉기도 해서 잔소리를 1절에서부터 3절까지는 한 것 같아. 그런 너는 엄마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나 봐. 기관에 가서 선생님들에게는 장난을 많이 치고 말을 안 들었지만 집에서는 말을 듣는 아이였었지. 그때는 그냥 엄마가 엄하고 무서워서 네가 기관에 가서는 네 맘대로 생활을 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결국 그런 절제되지 못하고 통제되지 않았던 모습들이 ADHD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엄마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어. 내 아들이 ADHD라는 것이 믿을 수 없었고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기관에서의 피드백과 주변 엄마들의 항의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받으며 엄마는 현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깊은 절망에 빠졌단다.
엄마가 열심히 가르치고 훈육했던 것들이 너에게 독이 된 것은 아닌지... 너무 엄한 엄마 때문에 불안증으로 네가 산만하고 집중을 못하게 된 것은 아닌지. 엄마는 자책의 늪에 빠졌고 그런 엄마를 위로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주양육자인 엄마가 모든 질타를 받게 되더라... 그때부터 엄마는 뭐든 것을 돌려놓을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고 ADHD에 대해 공부하고 좋다는 음식과 운동과 엄마표 활동들을 미친 듯이 감행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모두 너를 위함이 아니라 내가 불안해서 내 죄책감으로 네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 채 일방적으로 너에게 많은 것들을 쏟아붓고 있었지. 그렇게 하면 좀 더 내게 빨리 괜찮아질 줄 알았단다. 시간이 흘러 뇌가 성장하고 때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릴 자신이 없었나 봐. 결국 너와 나의 사이는 더욱 안 좋아졌고 엄마는 결국 번아웃에 빠졌지. 아침이 오는 게 싫었고 날이 밝은 게 두려웠고 핸드폰이 울리는 게 공포였다.
결국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온몸에 힘을 빼고 너를 바라볼 수 있었지. 1절부터 3절까지 하던 잔소리도 사라졌다. 10번 들으면 할 수 있는 것을 네겐 100번을 들려주면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생각했거든. 번아웃에 빠져 힘이 빠진 상태로 너를 보니 네가 바로 보이더라. 엄마의 눈치를 보는 네 모습. 그리고 보듬어주고 사랑을 주는 엄마는 없고 늘 선생님들보다 더 엄하게 가르치고 다그치는 나의 모습들이 보이더라. 그래서 엄마는 이제 잔소리와 훈육을 하는 대신 네가 학교에서 지적을 받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았을 때 편안하게 네 감정을 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연습하고 있단다. 엄마도 급해지고 우울해지지 않도록 약을 먹고 심리 상담을 받으며 조금은 탬포를 낮추어 너를 바라보고 있어. 네가 가장 필요한 건 또 한 명의 선생님이 아니라 너의 어떤 모습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엄마가 누구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엄마는 너를 기다리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 네가 조금 더 커서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너와 가장 친하고 가까워지는 게 엄마의 목표이거든. 네가 밖에서 많은 지적과 이해받지 못할 시선들을 받고 오면 그런 지친 너를 내가 끌어 앉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우리의 이런 시간이 언제 종료가 될지 모르지만 우린 함께 있다는 거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을 추구하는 엄마 때문에 그동안 힘들었을 네게 난 오늘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 미안하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가장 힘든 건 너였는데... 나는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가하면서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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