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 조용한 카리스마 & 위트 세 스푼

느리지만 확실한 훈육법

by 이도연 꽃노을

한 번에 한 가지만 짧게 말하기



나는 아이에게 친절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가 무엇을 물어오거나 궁금해하면 A-Z까지 모두 설명하는 엄마였다. 마치 한국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듯 꼼꼼하고 섬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냥 엄마가 하면 좋다니까, 엄마가 하래서 하는 그런 지적과 지시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면 아이의 의견도 들어보고 나의 의견도 충분히 말해서 결정하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그게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 수많은 노력과 설명에도 아이의 습관이나 행동은 개선되지 않았다. 무조건 많이 이야기해 주고 설명해 주면 결국엔 아이가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한 번 설명해서 모르면 두 번 설명하면 되고 그도 안되면 10번 설명하면 되니까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나의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나를 비웃듯이 나의 예상과 결과치를 빗겨 나갔다. 난 어쩌면 존중을 가장한 세뇌를 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나는 하루에 고장 난 라디오처럼 매번 같은 상황에 맞부딛히고 같은 내용을 설명해야만 했다. 2~3년 정도 그런 방식으로 훈육을 하고 양육을 하다 보니 나도 슬슬 지쳐갔다. 지침은 점점 실망으로 화로 다가왔고 그것은 오롯이 아이에게로 다 가는 것을 느꼈다. 그 쯤 아동심리센터에서 모모가 그린 가족 그림에서 나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됐다. 가족 그림 검사에서 모모는 엄마를 그리고 엄마 주변에 많은 말풍선들을 그렸다.


" 모모야, 엄마다 그렸지? 엄마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그림이야? "


" 네. 지금 엄마는 저에게 말을 하고 있어요. "


" 뭐라고 말씀하시고 계셔? "


" 몰라요. 우리 엄마는 쉴 새 없이 제게 말을 해요. 근데 저는 뜻을 못 알아듣겠어요."


" 그럼 엄마한테 물어보지. 무슨 뜻이냐고? "


" 괜찮아요. 우리 엄마는 매일 말하고 있으니까요.."


모모의 가족 그림 그리기 결과를 심리 상담 선생님께서 분석을 하시고 모모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상담사 선생님을 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낯이 뜨거워지고 창피했다. 그날 밤 모모와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만 낮에 한 검사가 너무 속이 상해서 여느 때처럼 말을 할 기력이 없었다. 그러나 모모는 재잘재잘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아 보였다. 나는 혼란 그 자체였다. 모든 게 지키고 귀찮기까지 하고 의욕이 없던 나는 모모에게 말했다.


" 모모야. 우린 긴 바늘이 8자에 가면 코 잠들 거야. 8:40 되면 자는 거다. "


낮에 한 검사에 대한 절망감과 속상함에 말할 기분이 아니었던 나는 대충 말하고 눈을 감았다. 10분쯤 지났을까, 분명 이쯤이면 내가 말한 것은 다 까먹어 버리고 또 새로운 주제로 내게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모모는 조용했다. 눈을 어렴풋이 뜨고 보니 아이는 잠이 들락 말락 초점 없는 눈으로 조용히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 이게 무슨 일이지?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잠을 자면 좋은 점이 뭔지. 잠을 잘 안 자면 뭐가 안 좋은 것인지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가 조용히 잠을 청한다?! ' 그런 날은 정말 흔치 않은 날이었다. 그다음 날도 난 깊은 우울감에 빠진 듯 아이에게 모든 걸 설명하고 대답해 줄 정서적 에너지가 바닥이었다. 하지만 오히여 모모의 행동은 놀라웠다. 내가 한 말에 잘 응대해 주고 따라와 주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이한테 모든 것을 이해받고 설명하면서 키울 수는 없는 거구나. 아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를 알게 된 것이다. 그다음부터 나는 아이에게 짧게 대화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한 번에 한 가지 정보만 들어갈 수 있도록 이야기했다. 짧고 간결하고 어렵지 않아 하는 것 같은 모모의 행동과는 나르게 나는 마음이 바빴다. 배울 것도 고칠 습관들도 많은데 언제 한 번에 하나씩 또는 하루에는 한 가지씩만 정해서 루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지 마음이 급하기만 했다. 하지만 2~3년을 그렇게 노력하고 설명하고 알려주어도 잘 되지 않던 것들이 하루에 한 개씩은 미미하게나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와 불필요한 언쟁이나 신경전도 사라지게 됐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나도 덜 힘든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훈육법을 바꾼 후에 달라진 변화는 아이와 내 사이가 그리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크게 여러 번 말하고 지적하고 화내고 소리치지 않아도 아이가 뭘 해야 하는지 뭐가 필요한지 인풋을 시켜줄 대단한 방법을 터득한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 아이가 들어야 될 훈육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이루어진다. 아직 미숙한 아이는 그것을 배우고 가르침을 받아야 하지만 ADHD 아이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기 힘들어한다. 이미 엄마가 설명을 길게 하고 있는 순간 아이의 머리에는 벌써 세 번의 팝콘 같은 생각이 타닥하고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 일 수록 짧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한 가지를 무사히 마친 후에 또 다른 한 가지를 이해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 결국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려 보이더라도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가르쳐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쉽게 생각이 전환되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아이가 피곤스럽고 짜증이 나긴 하겠지만 화나 짜증은 내 말과 가르침이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갈 확률을 줄인다. 큰 소리는 특히 청각이 예민한 모모에게는 독이었다. 귀를 닫고 싶을 뿐이고 엄마의 커다란 목소리에 압도되어서 자기가 잘하던 것도 자꾸 실수하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 모모에게 필요한 훈육법은 부드러운 카리소마 속에 숨겨진 간결한 의사 전달이었다. 그리고 자주 그 한 가지를 잊거나 실행하지 못할 시에는 큰소리나 화로 답하는 대신 약간의 개그나 아이가 재미있어 할 수 있는 소재거리를 아이의 상황과 수준에 맞게 변형해서 설명하는 것이 효과 적이었다. 주의집중력이 힘든 아이에게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나 이야기를 접목시켜서 이야기해 주면 아이는 오래 기억했다.


그래 나의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속사포처럼 귀에 쏙쏙 꽂히는 원포인트 레슨의 답정녀 같은 훈육이 아니었다. 밖에서도 어쩔 수 없이 많은 지적을 받고 돌아왔을 아이에게 부드러운 카리스마 속에 위트와 재미 요소를 섞어서 말해주면 아이가 기억을 잘할 수 있다. 물론 기억을 잘하는 것과 실행능력의 이야기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인지를 시키고 기억을 시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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