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같은 말. 말. 말
3학년의 마법?
ADHD 진단받은 내 아이가 언제쯤 증상이 호전될지, 또 언제까지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것인지 가장 먼저 묻게 된다. 마치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 " 그래서 며칠이나 살 수 있을까요? " 묻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혹자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 것과 ADHD 판정을 받는 감정과 고통이 비교할 수 있는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절망고 고통이 몰려온다. 그 이유는 이게 나의 문제가 아니고 내 분신과도 같은 나의 아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ADHD 증상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면서 사회적 활동이 시작되는 초년 시기쯤이다. 또래에 비해 공감 능력이 떨어지거나 규율을 어기거나 장난을 치는 빈도 등이 다른 아이들과 다름을 담임선생님 인지하게 된다. 또는 동급생 학부모들이 건네어오는 피드백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케이스가 많아 아이가 비교적 어릴 때 ADHD 진단을 받게 된다. 아직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어떤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설레 시간과 새로 출발에 대한 산뜻함의 감정은 누릴 기회가 사라진다. 왜 많은 아이들 중 하필 내 아이에게 그런 진단명이 나온 것인지 깊은 절망 속으로 빨려든다.
' 이대로 아이가 학교는 제대로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인지...'
' 직업을 제대로 가질 수 있을 것인지... '
부모들은 아이의 가까운 미래부터 먼 미래까지 한꺼번에 걱정과 불안이 몰려온다. 진단이 꿈이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인정하기 싫은 강한 부정은 단계가 온다. 그런 부모들에게 의사 선생님들은 말한다.
" 아이가 비교적 다른 아이들보다 ADHD인 것을 일찍 발견을 했고 어머니가 빨리 병원에 데리고 오셔서 검사를 하셔서 경과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논문이나 연구 결과상 조기 발견해서 약물을 복용하고 여러 가지 부가적인 운동 및 심리 상담을 받으면 초등 3학년 정도에 좋아지는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
모모가 7살 때 ADHD 정식 진단을 받았으니 모모가 최소 3학년까지는 약을 복용하고 아이의 정서 및 훈육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받아야 했다. 말은 3년이지만 하루가 멀다고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에 부진을 겪고 분쟁이 일어나는 아이에 대한 눈총과 항의 전화를 받아 내는 것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고 3년이 30년 같이 느껴졌다.
3년 바짝 긴장하고 부모교육을 받으며 아이를 서포트할 거라는 마음이 무장을 하고 부모들은 아이에게 맞는 양육과 훈육 방식에 대해 공부한다. 진짜 3학년이 되고 고학년이 될 시점이면 신데렐라처럼 마법에서 풀려나 아무런 일 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것을 꿈꾸며 열정을 가지고 아이에게 모든 시간과 비용과 하루를 투자한다. 하지만 모모와 내겐 3학년의 마법?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아이가 약을 복용하고 복용시간이 지속되는 시간에는 좀 더 차분해지거나 행동이나 생각의 전환이 잘 되는 듯한 느낌은 분명 있다. 하지만 약이 지탱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오히려 반동현상을 겪고 감정이 출렁이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안정이 된 것은 3년간 아침에 한번 약을 복용하고 등교를 하는 것과 저녁에 약을 먹여 과각성된 아이를 제시간에 재우는 일만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쯤 되니 3학년 때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을 철썩 같이 밑은 내가 화가 바고 기운이 쭉 빠졌다.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은 있다. ADHD 치료는 장기전일 수밖에 없으며 그 끝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냉정하고 곤혹스러운 사실이다. 3학년이 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와 평온 한 일상을 꿈꾸며 열심히 살 수 있을것 같았던 기대도 모두 허무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쌓여갔던 우리에겐 매우 희망고문 같은 말이었다. 또 이젠 또고등학생까지 기다려 보라고 말한다.
고등학생이 될 때쯤에?
마법처럼 3학년이 되도록 열심히 ADHD 양육을 한 나는 지치고 실망한 모습으로 주치의께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그동안 얼마큼 발전을 했는지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기대를 품고 검사를 했지만 아이의 처리속도나 좌뇌 우뇌 편차는 여전히 컸다. 물론 좋아진 영역들도 있으나 그건 숫자와 그래프에 불과했다. 나의 아이는 여전히 챙겨할 준비물을 챙긴다던지 가방을 깨끗이 정리하지 못한다던지 하는 문제들은 남아있었고. 전두엽이 관장하는 공감능력이나 감정 컨트롤 능력은 내 기대만큼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다. 첫 번째 ADHD 검사를 하고 3년 동안 아이를 어떻게든 양육해 낸 부모가 받은 두 번째 검사 결과지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그렇게 어깨가 축 처지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우리 부부에게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 일단 약이 잘 맞고 약을 복용하고 있으니 꾸준히 복용해 봅시다. "
" 전 3학년이 되면 많이 호전되어 약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어요..... "
" ADHD는 장기적입니다. 어머니가 힘을 내셔야 합니다. 전두엽과 전전두엽이 최종 발달을 멈추는 고등학생이 돼야 될 것 같아요."
" 전 이 3년도 너무 힘들게 지내왔는걸요. 이제 3학년인데 아직도 10년을 더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
" 그래도 조기 발견과 진단을 내리고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했으니 성인 ADHD까지 가지 않을 겁니다. "
모모의 주치의 선생님께서 일부러 나를 희망고문 시키거나 실망시키려고 해 주신 말씀들이 아니란 것을 난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좌절스럽고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처음보다 더 고등학생이 되어도 내 아이의 전두엽과 전전두엽의 발달이 멈추거나 늦어지면 어쩌지 하는 최악을 생각들만 머릿속을 꽉 채웠다. 다시는 실망하거나 희망고문에 속지 않으려는 듯 나는 자기 보호에 나선 것인지 두 번째 검진 결과 후 말씀하신 의사 선생님의 말은 또 다른 희망고문 같은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ADHD 아이들마다 기전과 성향이 모두 다르고 약의 복용량도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내가 섣불리 뭐라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우린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 플랜이었다. 마라톤처럼 지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승전에 도달하는 그런 방법말이다.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가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계획과 페이스를 가지고 있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것과 같았다. 나는 모모가 3년이나 돼서야 그것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점부터 모모아빠와 나의 아이의 학습이나 훈육이나 정서지지에 대한 계획을 장기 플랜에 맞게 재정비했다. 모든 호흡을 더 길게 부드럽게 끌고 가는 방향으로 말이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한 시가 바쁘고 한 시가 아까웠다.
친한 친구나 친지들은 모든 스케줄과 라이프 스타일을 모모에게 맞춰서 사는 모습을 보고 아이 1명을 키우는데 3명을 키우는 듯하다는 말도 한다. 그러면서도 꼭 잊지 않고 덧붙이는 말이 있다. 어린이 되면 다 괜찮아질 거야... 그렇다. 괜찮아질 것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ADHD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는 하루가 마치 48시간처럼 느껴진다. 또 희망고문 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식에 대한 희망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지 때문에. 물론 그렇게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데는 아이의 경과 때문 만은 아니다. 사소한 것에도 아이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며 그것이 모두 ADHD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엄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밖으로 나가 다른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모습도 보고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는지 지속적으로 본다. 차이점은 찾기 위해서가 아닌 일반 아이들도 저런 판단과 행동을 하는구나를 보고 온다. 나조차 내 아이들을 ADHD라는 프레임에 씌워서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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