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집중력 VS 과몰입
모모는 3살이 좀 안 돼서부터 숫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황사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출 시에는 꼭 날씨 어플 확인과 동시에 미세먼지 측정 어플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모모에게 사촌 누가가 보던 책을 하나 물려받았는데. 거기에 로마 숫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다소 모모에게는 아직 어려운 내용이라 생각했지만 유난히 그 책에 관심을 보였고 로마숫자로 연산을 만들어 풀며 놀 때는 아이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안 들릴 만큼 빠져들어 집중하곤 했다. 엄마 아빠 휴대폰 번호도 외우고 로마 숫자로 변화해서 써서 보여주곤 했다. 모모의 숫자에 대한 관심은 점점 집착처럼 보였지만 아이가 집중을 잘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생긴 것 같아서 한 편으로는 좋기도 했다.
주변 엄마들은 그런 모모의 모습을 보고 혹시 영재 아니냐? 면서 영재 검사를 받아 보라고 자주 권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저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무섭게 집중해서 빠져 들어가는 모모를 보고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집중력이라 부로워 하기 일쑤였다. 그런 숫자나 미세먼지에 관심을 가지고 한 6개월은 온 아이의 관심과 호기심이 빠져있다가 모모는 점점 세계 나라 국기나 인구수 영토 면적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모모에게 물었다.
" 모모는 이 책 좋아? "
"....... "
" 왜 좋아? "
"......... "
모모는 책에 빠져 엄마가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두 손을 잡거나 눈을 마주치게 해야 그나마 단답형으로 대답을 했다. 모모의 아빠도 친척들도 천재를 낳은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난 점점 불안했다. 일단 집중하는 모습에 불안했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너무 한 곳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폐인가? 하는 의심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놀이 같은 영역에 관심을 가지면서 혼자 노는 모모가 걱정되어서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갔다. 만약 자폐스팩트럼이 있다면 빨리 알고 적극적 치료를 해야 한다고 미디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정상 발달이라고 진단을 내리셨다. 그때 자폐스팩트럼이나 ADHD일 가능성에 대해 여쭈어 봤지만 아직 3살인 모모에게는 또래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고 하셔서 그냥 집에 돌아왔다.
그 후 2년 동안에도 모모는 숫자가 있는 것들이면 매우 관심을 가졌으며 집중했다. 단순히 숫자에만 집중할 줄 알았던 모모의 관심은 수심이 깊은 바다나 얼마나 넓은지 모를 미지의 곳인 우주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의 관심이 조금씩 옆으로 확장되고 있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영역 외에는 다른 활동을 전혀 하려고 하지 않았다. 유치원에 가면서 한글을 배워야 하는데 아이는 계속 숫자나 바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고, 같은 반 친구들은 그런 모모를 점점 회피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런 모습을 관찰하신 유치원 선생님은 나에게 모모를 아동발달 센터에 데리고 가볼 것을 권하셨다. 나는 한 시도 지체하지 않고 여러 아동발달 센터에 전화를 해서 모모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내가 모모를 육아하면서 관찰을 해왔던 최근 2~3년의 모모의 행동에 대해 말씀을 아동발달 센터 원장님께 문의드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중력이란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그때 알게 되었다. 집중력은 영역과 관심의 정도에 상관없이 시험을 치거나 위험한 것이 있으면 주의력을 모으거나 의도적으로 집중력을 끌어 올 릴 수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모모가 보인 것은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과몰입을 한 것이다. 그래서 주의 반응이나 지시에도 주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참 이해하기 어렵고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문제가 생겨 버리니 너무 혼란스러웠다.
모모는 그 이후에도 쉬는 시간에서 공부시간으로 주의 전환이 되는데 어려움이나 지연되는 반응을 자주 보였다. 아직 어리기에 ADHD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는 나이의 조건도 되지 않기에 ADHD검사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발달센터를 다녔다.
이후로도 모모를 보는 친한 엄마들은 모모의 집중력을 부러워했고 영재라는 별명을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영재이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 이후에 다른 아이들을 볼 때에도 주의 집중력과 주의 전환 속도를 유심히 보게 됐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서 일지 모모의 집중력은 집중력이기보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면 헤어나 올지 모르는 아이 같았다. 여전히 모모는 바다생물 그리고 우주 행성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등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역을 골고루 소화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관심 없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의 교과목에 대한 집중력의 편차가 크다. 그리고 관심이 적은 영역의 교과목의 과제나 시험을 치는 것을 힘들어한다. 일단 왜 그 과목을 배워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심어주는데 몇 배의 힘을 드려야 한다. 물론 4학년을 마친 지금 시점에서는 다년간의 연습과 훈련으로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수행을 하긴 하나, 여전히 관심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영역 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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