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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May 02. 2024

식초 고등어 두 마리

오늘의 미션 : 앵그리버드가 나타나기 전에 식초 고등어를 빨래 통에 넣기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듣게 되는 ADHD 아이를 위해
집에서는 최대한 부정적 감정 교류를 줄이자! 

     






매일매일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ADHD 아이를 키우는 것은 태어나 엄마가 처음인 내게도 혼란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너무 도 가혹한 형벌 같았다. 매 순간순간이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충동성은 올라오고 단기 기억은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이내  산만한 아이 키우며 오늘도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가 꼭 해야 할 하루 루틴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좋은 습관으로 남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아이는 학교 갔다 온 책가방을 현관 앞에 던져두고 옷은 거실로 들어오면서 뱀이 허물을 벗듯 뒤집어 벗어 놓고 여기저기 자신이 걸어 다닌 궤도를 만든다.        

     

" 모모야~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양말을 다시 뒤집어서 빨래 통에 넣고 오자! "     

     

처음 한두 번은 육아 책에서 읽은 대로 좋은 방식으로 대화를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계속 딴짓을 하면서 미루는 아이를 보면 난 앵그리버드(모모가 지어준 내 별명)가 된다. 분명 나는 알고 있다. 아이도 엄마를 화내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엄마는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는 일상의 반복에 지쳐 자동으로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잔소리는 이미 아이의 왼쪽 귀전에서 바로 오른쪽 귀로 흘려버려 허공에 먼지가 된 지 오래이다. 이따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선 자신이 하고픈 일이 빠져 있는 아이를 보면 전쟁이 나도 모를 지경으로 몰입해 있다. 그럴 때면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듯 나는 아이의 양말과 옷을 들고 빨래 통으로 향한다. 어쩌면 실랑이를 하지 않고 내가 해버리는 게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도 나는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 모모야! 식초 고등어 두 마리가 너 기다리고 있어!"      

     

아무 대답 없이 식초 고등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듣고 나를 바라본다.     

     

" 식초 고등어가 뭔데? 어디 있는데? "     

     

드디어 성공이다. 아이가 나를 바라본다. 그때 아이가 신고 나갔다 와서 뒤집어서 버렸던 양말을 가르치며 내가 말한다.     

     

" 에구.. 식초 고등어가 뒤 짚였네. 두 마리나 있다~!"     

     

아이가 양말 쪽으로 다가온다.      

     

" 이게 식초 고등어라고? 이거 양말인데? "     

     

" 냄새 한번 맡아봐!!  식초 냄새나지? 너는 아직 어려서 발에 땀이 조금 나도 고린내가 안 나고 신기한 식초 냄새가 난다고~"     

     

아이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이 벗어둔 양말을 들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 신기하네. 진짜 식초 냄새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     

     

" 그래 그래서 식초 고등어라니까 니 양말 색깔하고 모양 봐봐. 엄마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가 엄마 구워 주려고 손질해 놓은 고등어랑 닮았다니까 "     

     

아이는 실없는 엄마의 농담과 옛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웃는다.     

     

" 식초 고등어 썩기 전에 빨래 통에 넣고 오자~~~! "     

     

아이는 허허실실 웃으면서 식초 고등어 두 마리를 빨래 통에 넣고 웃으며 내게 말한다!     

     

" 엄마는 생선 좋아하잖아! 나중에 내 식초 고등어 구워서 엄마 먹어! "     

     

     

자신의 신은 양말은 빨래 통에 넣게 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 걸렸다. 그래도 이쯤이면 성공이다. 실랑이를 할라치면 2배는 더 걸릴지 모르니 이 정도면 내가 남는 장사이다. 나도 처음엔 아이가 ADHD라고 판정받고 나서는 믿지 못했다.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아이는 전형적인 ADHD 증상들을 보였고 난 그것을 머리로 마음으로 온전히 인정하는 데 5년이 걸렸다. 다음날도 여전히 또는 당연히 아이는 입은 빨랫감을 빨래 통에 넣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식초 고등어를 빨래 통에 넣는 속도는 쪼금씩 단축된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아이에게 부정적인 피드백과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전가되지 않은 것 만으로 아주 성공적이다.


한결 같이 뒤집어 벗어 놓은 빨랫감들



ADHD 아이들은 해야 할 일들의 우선 수위를 정하기 어렵다.
머릿속으로 먼저 떠올린 것들을 먼저 실행할 뿐
ADHD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엄마나 상대를 화내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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