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을 바라지 말고 무조건 산책로에 서기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걷기를 하지 말아야 이유들부터 헤아리게 된다. 오늘은 걷기를 안 해도 될 비겁한 핑계와 부정적인 생각들은 머릿속에 계속 잔상으로 남는다. 영하로 내려갔으니 감기에 들리는 거 아냐? 눈이 비로 바뀌면 어떻게 하지? 길이 미끄러울 텐데 다치는 건 아닐까? 등등 걷지 않아야 될 이유들을 억지처럼 되뇌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의욕이 없고 걷기 싫은 날일 수록 밖으로 나가 걷지 않아도 될 이유들을 나의 외부에서 찾는다. 추워진 날씨에게 핑계를 되어보기도 하고 일부 얼어 버린 산책로를 탓하기도 한다. 그런 의욕이 없고 비겁한 변명이 자꾸 떠오를수록 매일 하던 걷기를 하지 않고 게으름이나 귀차니즘에 빠질 확률이 크다.
그럴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가지 말아야 할 부정적 이유들이 생각나더라도 몸은 계속 움직이고 운동복을 찾아 입고 모자를 쓰고 애플 워치를 끼고 어떻게 해서든 집 현과 문을 나서야 한다. 현관문을 나서서 재빨리 걸음을 재촉한다. 예상대로 몸은 조금 춥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도 두 다리는 중력을 이용해 땅을 밟고 힘차게 굴러 산책로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집이랑 점점 멀어지고 걸어야 할 산책로가 눈앞에 펼쳐지게 되면 신기하게도 여기까지 왔으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집안에서 몸을 쓰지 않고 멈춰서 걷기를 안 할 수 있는 이유들을 찾는다면 그것이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도 그렇게 포기하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라도 해서 하루라도 거르지 않고 걷는 나를 보면서 지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 하기 싫은데 그냥 억지로 나가는 거네? " 그러나 그 질문의 나의 답은 그들의 생각과 다르다. 걷기가 싫어서 억지로 몸을 움직여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걷고 싶다. 하지만 의욕은 없고 우울은 나를 게으르게 만든다. 그 순간의 감정과 번아웃에서 빠져나오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욕 없는 마음이과 생각이 내가 하고 싶은 일조차 미루고 번아웃에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내 몸을 움직여 물리적으로 환경을 바꾸어 주어 내 감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을 이겨내고 걷는 산책로 위에 서면 감정과 생각은 다시 나를 긍정으로 이끈다. 상류 쪽에서 흐르는 하천의 물소리는 나의 귀를 자극하고 나무의 푸르름과 흔들리는 꽃들은 나의 기분을 전환시켜 나를 부정적인 감정에서 구하고 원래 하고 싶었던 걷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팔을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며 두 다리로 땅을 힘차게 밝고 걸으며 운동화 밑창이 땅을 밟는 실질적인 감각들은 여러 가지 감각의 통합을 이루어 내고 나의 인지나 정서에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내가 원래 계획하고 있었던 일에 몰두하고 오늘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한 공간에서 미래와 과거의 생각들을 하고 현재를 낭비하고 있다면 많은 생각들이 들어서 감정이 압도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로 그것이 실질적으로 내 몸을 움직여 문을 열고 나가고 다른 감각들이 발랜스를 찾는데 가장 효과 적인 방법은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걷는 것은 관념이나 생각만으로 얻어지는 실체가 없는 감정들의 소비를 하지 않게 해 주기 때문에 매우 효과 적이다.
주변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나에게 시각적 자극이 되고 사고를 환기해 준다. 그리고 부정적이었던 생각들은 긍정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실제 걸으며 경험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전기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나는 절대 그것들을 이용하지 않는다. 매일 빨리해서 끝내버려야 하는 숙제처럼 걷기를 한다면 나는 매일 그렇게 10~12킬로씩 가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같은 길이지만 매일 보이는 풍경과 감정들은 매일 다르다. 다른 사람들보다 나의 내면에 집중하길 선호하고 쓸 때 없이 생기는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내가 걷는 시간이다. 어느새 추웠던 날씨에 나의 몸은 익숙해졌고 빠르게 걸음으로써 몸에서 열을 내어 안정권에 들어가게 되면 점점 욕심이 생긴다. 오늘은 어제 보다 몇 걸음이라도 더 걷고 싶다는 생각과 의욕이 생기기 시작한다. 분명 내 육체를 움직여 실행하기 전에 들었던 생각이나 우울한 감정은 온 데 간데없고 힘차게 걷는 여러 사람들 속에 나도 걷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다시 걸어서 얻게 된 도파민이 나의 기분을 조금 안전되게 한다. 매일 일정한 거리를 걸으며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완수했을 때 나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떠한 것보다 값지고 크다. 나의 의욕 없음과 우울한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원래 하고자 했던 계획들을 하면서 자꾸 나의 자존감이나 감정은 그 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막상 집에서 걷기를 하려고 출발하는 그 순간이 어려울 뿐이다. 실제로 그 순간을 이겨내고 자연 속을 걷는 루틴을 매일 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의미 있고 짜릿하다.
분명 2시간 남짓 걸리고 다리도 아프다. 하지만 그러면서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이치나 느끼는 점들의 꼭 있기 때문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다시 산책로에 선다. 이런 산책로와 자연이 가깝게 있는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오늘의 우울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자연 속에서 털어내고 온전히 나만의 위한 시간을 사용하고 위안을 받는 시간을 가진 것에 대한 만족감은 매우 높았다. 의욕이 없고 번아웃에 빠져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나의 일상이 망가지려 할 때 나는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는 수단으로 햇볕아래서 걷기를 추천한다. 몸을 움직여 현재에 머무르며 나를 알아가고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