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 준 ADHD
모모가 ADHD 진단을 받기 전에는 모든 육아는 전적으로 나 혼자 도맡아 하는 독박 육아였다. 평범한 다른 집처럼 나는 모모를 데리고 문화센터에 가고 키즈 카페도 갔다. 돌아와서는 유아식 요리책을 보거나 유튜브로 아이의 음식을 챙기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을 보냈다.
점점 아이가 커가면서 나는 뭔가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름을 느꼈고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아이였기에 원래 아이들을 양육하는 누구나 힘든 거라 생각하며 하루를 버티듯 지내왔다. 하지만 우리 집의 일상은 ADHD 검사 결과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내가 낳았으니 내가 임신 중에 무엇을 잘 못 먹었을까? 아니면 내 성격이 문제일까? 아이의 진단에 당황한 나는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고 스스로 나를 하루하루 더 괴롭혀 갔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서 일어날 힘도 없었고 아이는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괜히 화도 났다. 그러길 몇 달 아이는 아이대로 아이 아빠는 아이 아빠대로 지치고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몇 달 동안 밀린 대청소를 하고 괜히 아이의 장난감이나 책장까지 다 청소를 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뒤 남편과 나는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결혼 이후 진지하게 둘이 앉아서 이야기를 한 것도 참 오랜만이었기에 낯설었지만 아이를 위해 꼭 나누어야 할 말들이었다.
모모아빠는 신중하지만 걱정을 오래 하거나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반면 나는 겁부터 내고 걱정부터 앞서는 타입이었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간을 보낼 때 남편은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 넌 누구보다 모모에게 열심히였어. 최선을 다했어. "
"..... "
" 이젠 나도 많이 도울께. 일단 선생님들의 조언을 따라 센터를 알아보자. "
" 모모가 잘 못 될까 봐, 너무 무서워. 이러다 성인이 될 때까지 호전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
"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등 유명한 사람들도 ADHD였던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 모모도 우리의 도움을 받으면 할 수 있어. "
그땐 그 말이 하나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이미 유명해질 때로 유명한 사람만 거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나도 안다. 아이는 아이대로 산만하고 고집스러웠으며 지시 수행이 안되고 있었고, 그 아이의 엄마인 나는 세상의 시름을 다 떠안고 짊어지고 가는 사람처럼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고 눈물짓는 날이 많았으니 그 두 명을 보는 남편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다.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6년째 모모아빠는 모모가 센터에 가는 시간에 꼭 라이딩을 해준다. 물론 운전을 못하는 뚜벅이 아내 때문인 것도 있지만 항상 모모의 센터에 갈 때 동행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모모 아빠에게 고맙다. 모모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모모 아빠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나와 모모는 세터 수업을 받으러 간다. 매일 같이 받는 센터 선생님의 피드백은 때론 희망적이기도 절망적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나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듯하지만 그런 들쑥날쑥한 감정들을 도닥여 묵묵히 지켜봐 준 것은 남편이었다.
모모아빠는 방학이 있는 직업이기에 모모가 방학을 할 때면 전반적인 방학 시간표 관리 및 공부를 알려준다. 우리는 아이를 한 번도 학원에 보낸 적이 없다. 물론 여기서 학원은 공부를 하는 학원을 말한다. 피아노는 모모가 관심이 있어하기에 보내고 다른 학원은 보내지 않고 있다. 주변 학부형들은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걱정되지 않느냐고 자주 물어오곤 한다. 우리가 모모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이 뚜렷하고 이미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입시 전쟁에 몰아넣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모를 낳기 전부터 모모아빠와 나의 교육 철학이 일치했다. 공부도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공부에 소실이 없거나 관심이 없다면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어떤 일을 해도 좋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이미 집이나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지적을 받게 되는 아이의 정서를 지켜 주고 싶었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 아이를 정서를 위해 부적절한 행동과 실수를 해도 훈육을 하지 않거나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다른 아이들보다 부주의하고 실수나 잊어버림이 잦기에 ADHD아이들은 많은 조언과 지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하루에 받아 낼 수 있는 부정적인 지적이나 말들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이 물어본다. 직접 가르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고학년인데 자기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우린 이미 내 자식의 성향과 기질을 알게 됐다. 이 아이에게 맞는 것은 아직까지는 모모 아빠나 내가 돌아가면서 가르치는 것이다. 수학이나 과학은 모모아빠가 맞고 국어, 사회, 영어는 내가 맞는다. 아이도 아직까지는 잘 따라 주고 있다. 학기 동안에는 매일 푸는 학습지로 공부를 시키고 방학이 오면 그동안 구멍이 난 단원이나 독서를 위주로 수업을 한다.
모모가 가끔 반 친구들의 학원 생활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혹시 아이가 친구들과 학원에 다니고 싶은 것은 아닌지 살펴도 아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 친구들은 방학이 더 싫데. 방학 때는 학원을 더 많이 다닌데. 우리 반에는 학원 갔다가 과제하고 놀다 보면 12시에 자는 애들도 있데. 애들이 나보고 좋겠데. 학원 안 다닌다고...."
" 모모도 학원 다녀보고 싶어? "
" 아니, 난 지금이 좋아. 엄마 아빠가 가르쳐 주는 게 좋아. "
" 학원 안 다니면 친구들 만날 기회가 별로 없잖아? "
"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면 아침에 놀 수 있고 쉬는 시간에 놀 수 있어. "
그런 아들의 대답에 우리가 내린 결정 때문에 아이가 친구와 만나는 시간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학원을 보내는 것만이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 여전히 더 크기에 우린 그냥 우리의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상황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결정에 후회 없다는 게 다행이다.
우리는 아이의 ADHD 덕분에 셋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아이를 함께 돌보고 관찰하고 도와주는 가족이 됐다. 언젠가는 모모도 성인이 되고 자신의 짝과 직업을 향해 나아가지 전에 엄마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두 손 꼭 잡고 함께 있어주는 것뿐인 것 같아서. 언젠가는 이 시간도 훌쩍 지나서 이 시간이 그릴 울 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힘든 시간이라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아직도 우리를 잘 따라주는 모모가 사랑스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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