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조건과 가치는 늘 변한다.
삶은 외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조건과 가치는
상수가 아닌 변수이기 때문이다.
[꽃노을]
기질적으로 안정함을 추구하는 내게 인생은 변수 투성이었다. 때로는 상수인 것처럼 당연한 것들도 내게는 변수로 작용했다. 해외여행이 지금 만큼 자유롭거나 일상이 아니던 시절 아버지의 직업상 나는 다른 나라와 도시를 3년 주기로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었다. 비행기도 타보고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고 다양한 언어도 접해보고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는 힘이 들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었으며 적응되어서 잘 지낼만하면 아버지 회사에서 정해준 곳으로 가서 살아야 함은 가혹했다. 그래서 차라리 부모님 없이 혼자 한국에서 살더라도 나는 더 이상 다른 나에게 가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미성년이었던 나의 바람은 무시되기 일쑤였고 난 그렇게 이 나라 저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여러 나라를 여행을 하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바뀌어도 내 공부와 삶은 끊이질 않고 이어져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원치 않아도 배우지 못하고 넘어가는 공부들도 생기게 되고 불필요하게 두세 번을 배워야 할 때도 있었다. 지인들은 그 쯤되면 이제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냐고 말하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디지털 기기가 있기 전의 시대라 그때 사귀었던 친구들의 이메일도 SNS도 알지 못하고 내 기억 속에서만 가끔씩 생각이 날뿐이다.
성년이 되고 나는 이제 한 곳에 머물러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인생은 고정값이 아닌 변수의 연속이었다. 그 변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의 삶의 질에 차이가 났다. 지금의 남편이 그 당시 남자 친구였는데 유학 중이었기에 난 결혼을 하고 다시 외국으로 나가서 살아야 했다. 아버지 직업이 아니면 절대로 다시는 한국을 떠나서 살기 싫었던 나인데 결혼과 동시에 나의 인생은 외국에서 신혼이 시작되고 외국에서 아이를 출산을 했다. 언어도 잘할 수 있었고 외국에 대한 이해가 남들보다 높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한국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것이었다. 8년을 유학생활과 외국 생활을 하면서도 난 언제든 남편이 한국에 돌아가자고 하면 돌아갈 생각으로 매일을 살았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가족들도 모두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유학시절 내내 배움에 대한 욕구는 충족되었지만 나머지 안정적인 내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늘 불안했다. 그리고 30살이 되던 해 나는 이석증과 공황장애를 차례로 앓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큰 돌덩이가 내 가슴을 짓 누르는 것처럼 답답했다. 그쯤 되니 나의 운명이나 사주팔자까지 원망스러웠다. 역마살이 끼어서 한 곳에 살 수 없는 팔자인 것 같았다. 그 긴 시간을 견디고 한국에 와서도 남편의 직장 때문에 또는 여러 가지 예상치 못했던 이유로 여러 도시에 살아야 했다. 그리고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삶은 예상대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제는 아버지의 직업과 팔자가 문제가 아닌 인생은 원래 예측불허하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어떻게 내가 대응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생에서 상수처럼 변하지 않고 있는 나의 성격과 주어진 환경 같은 것은 쉽게 고치거나 변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되 다가올 변수들에 대한 마음가짐이 단단해졌다고 표현하고 싶다. 인생은 원래 기찻길처럼 트랙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조율하고 균형을 잡아갈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삶의 변수가 생기더라도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잃지 않고 주어진 변수에 함께 녹여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분명하게 방향을 세워 놓고 있어야 했다. 확고한 방향성과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어떠한 변수에도 나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변수라는 당혹감에 조금씩 흔들리면서 나의 방향성을 유지해야 했다. 전혀 흔들리지 않고 저항하는 것은 가지가 부러지고 의지가 꺾이며 나를 통째로 삼켜 버리게 하는 일이었다.
삶은 고정값이 아닌 시시때때로 변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에피소들이 튀어나오지만 원래 그런 것이라고 인정하고 깨닫고 다니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인생은 상수처럼 안정적이고 변함없는 것이 아닌 늘 흔들림이나 장애물이나 다양한 이벤트의 연속으로 그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힘은 인생은 위로도 아래로도 끊임없이 추락과 상승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변화나 예상치 못한 것이 눈앞에 닥쳤을 때 당혹감에 압도되어 나의 방향성을 잃지 말자. 잠시 삶의 터블런스에 나를 맡겨 흔들리면서 서서히 적응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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