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애초에 순탄한 인생은 없다

by 이도연 꽃노을




애초에 순탄한 인생은 없다.인생은 거친 파도의 연속이며
목적지가 모호한 광야를 걷는 것과 같다.
[꽃노을]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의 삶은 늘 힘들었다. 어릴 때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자괴감과 무기력감이 들어 힘들었고, 막 성인이 돼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되고 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매일 처음부터 걷는 것 같은 답답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한 아이의 엄마, 한 사람의 아내 그리고 한 집안의 며느리라는 역할을 자동 부여받고 누구도 내게 맡기지 않은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로 나 스스로 나를 짓누르고 '나'를 잃어갔다. 다 써서 해지고 남은 지우개처럼 몸과 정신은 역할에 충실하느라 너덜너덜 해졌다.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던 마음으로 어른이 되기만을 기다리던 나는 어른이 되고서도 많은 고락과 혼란이 있었다.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한 어른이 되었는데도 내 마음은 늘 허했고 인생은 어렵고 삶은 힘들었다. 마흔이 넘어 더 이상 지쳐서 주저앉아서 파도에서 허우적 될 때에도 나는 뭐가 문제 인지 몰랐다. 그럴수록 우울감과 불안은 더 커졌고 나는 더 쓸모없는 잉여 인간이 된 것 같은 허탈함에 죽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았고 몇 년간의 심리치료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미 인생을 파도를 여러 번 넘은 나는 더 이상 파도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집채만 한 파도를 타서 위기를 넘겼고 쓰나미 같은 파도에 덮쳐서 끝없이 쓸려간 적도 있었지만 늘 이번 파도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다음 파도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









나의 내면의 자아를 찾고 다시 나라는 사람을 내가 조우하면서 점점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 어떤 사람의 인생도 꽃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 인생은 거친 파도의 연속이며 목적지가 모호한 광야를 걷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내가 원치 않아도 어려움을 겪어 버리고 나면 그다음은 꽃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컸다. 미리 겪고 나중엔 편안해지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와 근거 없는 희망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매일 깨지고 매일 실망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매일 내 인생이 저주받은 것 같았고 행복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주 밑바닥까지 끌어내려져 바닥을 치고 발을 힘차게 굴러 다시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니 인생은 연속된 파도 그 자체였다. 파도가 지난 끝에 어떤 신대륙이 나오는 해피 엔딩이 아니라 휘몰아치는 파도아래 표면에서 쉬지 않고 유형하고 모호한 광야를 걸어서 헤쳐나가는 과정 자체가 삶이었다. 목적과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파도를 넘다가 생긴 경험과 깨달음으로 앞으로 다가올 파도에 대비하고 스스로 일어나는 연습을 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삶이었다.


미리 숙제를 하듯 하기 싫었지만 미리 당겨서 겪을 수 있는 것들을 빨리 겪고 싶었던 마음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나를 잃고 있다는 조바심으로 내 눈을 가리고 하루하루를 언제 올지도 모르는 성공과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 언제 올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가 그리는 유토피아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이라는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지 않아도 내가 존재하고 나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아 마땅해야 할 인생의 반을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효율과 성공으로 입증하려 했으니 이 어찌 어리석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차피 파도는 계속 몰려올 것이고 그런 파도들을 넘고 잠시 다른 파도가 밀려오기 직전의 잔잔함에 숨 고르기를 잘해야 내가 빠져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이젠 알았다. 파도 없이 고요한 바다에 아무런 변화와 기대도 없이 사는 삶이야 말로 나의 인생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것들에 감사하며 어떤 파도가 몰려오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내와 회복력을 갖는 것이 또 파도가 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고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것을 알게 된 나의 삶은 값지다. 파도는 당연히 온다. 어차피 오는 것을 맞이할 수 없다면 다음에 어떤 파도가 오더라도 넘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며 오늘을 보내자. 애초에 파도 없이 잔잔한 바다는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은 큰 바다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그 파도에 휩쓸려 갈지 또 한 번 파도타기를 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짜릿함을 맛볼지는 당신의 생각에 달려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꿈꾸겠지만 애초부터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순탄한 삶은 없다고 마음을 먹고 도전하고 선택하면 조금은 쉬워진다. 인생이라는 파도를 어떻게 하면 잘 타고 넘을지 궁리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 지금 이 순간에 집채 만한 파도를 넘고 있다면 기억하라. 파도는 계속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순차 시간과 텀을 두고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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