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후에 값진 성장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희망을 보다.

by 이도연 꽃노을



가장 어두운 밤이 가장 밝은 별을 만들어낸다.
[ 존 그린 ]







만 19세가 되어야 성인으로 인정하지만, 나는 내 아이를 낳은 서른 중반쯤 이후부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갔던 것 같다. 나와 나의 남편의 아이가 내 뱃속에서 자리를 잡고 10개월이 흘려 출산을 할 때까지 내 인생에서 가정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임신과 출산은 나에게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변화를 주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서툴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처음 겪는 일들은 나를 좀 더 어른스럽고 부모답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임신 전부터 불안증과 공황장애가 있던 나는 임신을 한 후 공황장애가 재발하고 심해졌다. 타국에서 임신을 한 것도 힘든데 공황장애라니 나는 아이를 낳는 10개월 동안 누워서 편히 자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잠들어 버리면 이 세상 모든 공기가 모두 없어진 것 같은 숨이 막히는 공황증세 때문에 잠을 자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그래도 뱃속 아이는 내가 비축해 둔 영양소로 잘 자라주었고 나만 잘 견디면 될 일이었다. 잠을 잘 못 자고 못 먹었기에 임신 전 보다 8킬로나 빠진 상태로 아이를 낳아야 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생생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12년 전 아이를 공황장애 상태로 임신을 했지만 출산을 하기 전까지 약을 먹지 않고 아이를 지키려는 절박한 마음으로 공황장애를 이겨냈다.









불안과 두려움을 먹고사는 공황이라는 녀석은 다 나은듯해도 다시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새 생명 앞에서 아이를 지킬 것인지 공황이라는 녀석에서 나와 아이가 먹혀 버릴 것인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는 나는 아이를 택했다. 약 한 알이면 아무런 일 없던 듯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내게 약을 먹지 않고 임신기간 내내 아이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약에 대한 유혹도 유혹이지만 잠을 잘 못 자고 잘 못 먹으면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줄지 걱정하며 지나온 10개월은 불안과 태어나기도 전인 태아에게 미안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나는 10개월을 견뎌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그때 기분은 내가 아이를 지켜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이젠 공황 증상이 오면 다시 약을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도 컸다. 그러나 그 이후 공황 그 녀석은 내게 오지 않았다. 아니 오려는 기미가 보이면 내 내면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 올 테면 와봐라. 임신 중에도 약을 먹지 않고 10개월을 버텼는데 하나도 두렵지 않다! "


그렇게 두려움과 무서움을 먹고사는 괴물 같은 공황은 다시는 나를 짚어 삼키는 일이 없었다. 그 후 나는 깨달았다. 가장 어두운 밤이 가장 밝은 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어두움 밤을 홀로 겪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밝은 별은 정말 찬란했다. 어쩌면 이번을 계기로 나는 공황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그 뒤, 나는 이석증 우울증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젠 알고 있다. 이 어둠이 나를 가장 밝고 찬란한 별에게 데려다줄 것을 말이다. 어쩌면 아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가장 어두운 밤이 되는 것이 무서워서 공황에 허부적 거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무서움에 압도당해서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 것보다 조용히 두려움이 이끄는 심연의 밑에까지 내려가는 것도 방법이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맨 밑바닥에 발이 닿아 다시 디딜 땅에서 비축해 놓은 힘으로 힘차게 발돋움을 해서 올라갈 수 있는 때를 기다리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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