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시각으로 세상의 색을 더하다.
ADHD adds colors to the world
through a unique perspective.
-flowersunset-
특별한 시각으로 세상의 색을 더하다.
아들이 2학년쯤의 일이다. 학교에서 우리 집 그리기를 주제로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 아들도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교실 뒤편 게시판 앞에 놓았다. 그러자 반 아이들 몇 명이 수군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 1: 야 이거 무슨 집을 그린 거냐?
친구 2: 이거 부동산에 있는 그림 같은 거 아냐?
아들: 이거 우리 집 맞아. 여기가 입구이고 여기가 내방이야.
친구 1: 야 선생님이 집을 그리랬지 언제 평면도를 그리랬어?
아들:집을 하늘에서 본모습을 그릴 수 있고 집안에서 바라보는 집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거 아냐?
갑자기 설왕설래하던 아이들은 선생님께 달려갔다. 마치 선생님이 판사처럼 누가 맞게 이해하고 그림을 그렸는지 대답을 해달라며 초롱초롱한 눈빛들을 6개가 선생님의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친구 2: 선생님 (아들의 그림을 가리키며) 저렇게 그린 것도 집을 그린게 맞아요?
친구 1: 선생님이 집을 그리랬으니까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화목한 집을 그리라는 거 아니었어요?
선생님: 모모가 그린 것도 집이지. 집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냐의 차이 같은데?
아이들:......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 집에 대해 그리라고 말했지 우리 집을 겉에서 본모습도 그리고 가족이 함께 있는 분위기까지 나타 낼 수도 있고 모모(아들)처럼 집을 구조화해서 내타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친구 1: 그래요? 근데 대부분 다른 애들은 다 집을 겉에서 보는 것처럼 창문 대문 그리고 지붕 굴뚝을 그렸는데요? 왜 모모만 그렇게 그려요?
학교에 갔다 온 아이는 미술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아들: 다른 사람들이 다하는 방식을 하지 않으면 나쁜 거야?
아들: 나만 틀린 거야 엄마?
아들과 다른 성격인 나는 아들의 물음에 적잖이 당황했다.
어릴 적 선생님이 집을 그리고 했을 때 나도 세모난 지붕에 엄마 아빠가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웃는 모습을 그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 아빠가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 상상의 집을 그릴 수도 있고 진짜 집이랑 똑같이 그릴 수도 있고 그리는 사람 마음이지?
아이: 근데 애들이 내 그림은 집이 아니래. 부동산에 있는 그림 같은 거래..
아빠: 그렇게 따지면 요즘은 다 아파트에 사는데 지붕이 있고 굴뚝이 있는 집을 그린 친구들도 자기 나름대로 상상하고 해석해서 그런 셈인 거야.
그렇다. 어쩌면 내 아이는 자신의 방이 얼만한 크기이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날의 에피소드는 내가 고3 때 모 대학교 입시 실기 시험을 봤던 시절로 나의 기억을 이끌었다.
그날 그 학교 실기시험 기출문제로 빨간 사과 두 개씩을 각자에게 나누어 주고 사과를 그리라고 했다. 다른 물품과 다른 실마리나 단서 같은 건 없이 주어진 과제에서 나는 과감하게 사과를 반으로 잘랐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개는 입으로 두세 번 깨물어 먹고 그걸 그렸다. 그 그림을 가지고 대학교 면접을 보는데 왜 자른 사과와 깨물어 먹은 사과를 그렸냐는 질문을 교수님들께서 하셨다. 사과는 두 개고 사과의 겉모습은 누구나 다 아는 모습이고 단조롭고 비슷하고 다른 그림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하나는 반으로 자르고 하나는 먹고 그렸다고 대답했다. 세명의 교수님 중 한 명은 사과만 두 개 지급 됐는데 사과를 뭘로 잘랐냐고 물으셨고 난 그대 답으로 손으로 반을 쪼갰다고 대답했다. 그림에도 손으로 쪼갰기에 절단면이 정돈되지 않고 손으로 잘라서 일부 불규칙 적으로 잘린 모습도 그렸었다. 그러자 교수님 셋은 키 156센티 밖에 안 되는 여자애가 손으로 사과를 자르다니 그게 더 대단하다는 반응이었다. 결과적으로 난 그 학교에 합격을 했다. 그러나 다른 학교도 중복으로 합격해서 가진 않았다.
주류를 따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 편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내가 국민학교 시절에 그린 그림과 지금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들이 별만 차이 없는 그림이다.
ADHD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시각과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 나올 수도 있고 엉뚱한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꼭 틀린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수학 문제처럼 답이 딱 정해져 있는 영역이 아닌 미술 수업에서 한 두 명쯤 다른 방식으로 그려도 되는 것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사과에 빨간색을 칠할 때 사과에 보라색을 칠 할 수 있는 생각과 과감성을 지닌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은 조금 주류에서 벗어났지만 확실한 자기 빛깔을 가지고 있어 세상에 색상하나를 새롭게 더하는 다양성으로 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