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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Jul 19. 2024

ADHD 편견타파 2

수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으로 가득 찬 마음

Children with ADHD aren't simply unable to focus;
their minds are filled with countless ideas and possibilities
-by 꽃노을-


디자인/글 꽃노을





1인 캠페인 ADHD 편견타파 2



엄마표 수업을 하다가 보면 내 아이가 더 잘 보인다. 과학 학습지에 지구에 대해 나왔는데 아이는 문제를 읽다 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나를 부른다.


"엄마 우리 집에 동그란 스티로폼 있어?"

"아니, 없는데. 왜?"

"나 지구 만들라고?

"......"


이런 아들이 짜증 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갑자치 웬 행성 만들기란 말인가?

"지금 과학 학습지를 풀고 있는데 왜 딴생각을 해?"

아이는 뿌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집중을 하다가 이번에는 이쑤시개가 있는지 찾는다. 


정말 이쑤시개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와 공부를 하다 보면 지문을 읽거나 문제를 푸는 시간보다 아이를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니 딴 데로 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시간이 더 길다.

밀린 집안일에 내일이 마감인 디자인일까지. 이쯤 되면 아이가 나에게 일부러 딴지를 거나 화가 치밀어 오른다.


"빨리빨리 집중해서 풀라고. 엄마도 할 거 많거든? 너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내 마음은 급해지고 아이한테까지 짜증을 퍼부었다.


자꾸만 딴짓을 하려는 아이를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며 도대체 난 안 그랬는데 쟨 왜 저럴까 생각하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뱉는다. 그럼 아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문제집을 푼다.


내가 채점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들은 어느새 장난감 방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필요한 재료를 가지고 와서 초 몰입을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는 이렇게 집중을 잘하면서. 이렇게 집중할 반만 학습지 풀 때 하지'라는 전형적인 엄마다운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렇게 한 시간이 조용히 흘렀고 드디어 아들이 디자인 작업을 하는 내게 왔다. 두 손 가득 알지 못한 것들을 들고 말이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할 말을 늘어놓는다.


"엄마, 2억만 년이 지나면 햇볕도 빛을 잃고 온도도 다 식는데."

"엄마, 은하에는 나선 은하, 타원 은하, 불규칙 은하, 렌즈형 은하가 있어."

"엄마, 그럼 안드로메다 은하는 무슨 구조의 은하이게?"


마감이 다가와서 바쁜 엄마에게 이런 질문들은 정말 빵상 같은 이야기였다. 은하는 은하수와 가수 이은하 밖에 모르는데 은하의 구조를 맞춰보라니. 깜빡이도 켜지 않고 아들의 입에선 다양한 주제들의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한 가지만 이야기해. 엄마 일에 집중하는 거 안 보여? 너는 왜 네 이야기만 하니?"


잔뜩 어두워진 얼굴과 상처받은 표정으로 아들은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내 머릿속에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지구가 나오니까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가 생각났고. 그걸 생각해 내니 저번에 아빠랑 가지고 놀던 동그란 스티로폼으로 행성들을 만들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을 뿐인데...  행성들을 실제 떨어져 있는 만큼처럼 만들려면 행성을 꽂을 이쑤시개가 필요했고 엄마는 내 마음을 이해 못 해. 그리고 내 머리도 이해 못 해. 나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다고. 동시에 여러 가지가 떠오르면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아이가 크니 자기가 느끼는 여러 가지를 말로 해줄 때 면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아이가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가기 시작했다. 한 가지 단어를 들어도 머릿속에는 많은 단어와 생각들이 두서없이 흩뿌려지면 어떨까? 감히 나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그게 내 아들이라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아들한테 바쁘다고 화내고 엉뚱한 소리 한다고 핀잔을 주었던 내 모습이 디자인을 마감하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단순히 집중력이 떨어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들은 집중력이 떨어진 그 틈에 다른 사람이 생각해 내지 못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나 생각들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가능성과 특성을 내 기준과 사회의 기준에 억지로 욱여넣으면서 아들에게 핀잔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생각들로 꽉 찬 내 아들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는 듯하다. 엄마는 관심이 없던 행성들과 나선구조들의 이야기로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어깨를 으쓱한다. 


"엄마. 난 왜 심해, 우주, 박테리아 이런 거 좋아하는 줄 알아?"

"....... 글쎄."



"국어 체육 이런 거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도전하고 잘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나까지 남들이 많이 하는 거 할 필요가 있나 싶어. 근데 심해 우주 이런 데는 가본 사람도 적고 정보가 적으니까. 그래서 더 재미있어."


남들 공부할 때 하고 남들 해보는 운동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나의 생각에 아들은 보기 좋게 펀치를 날렸다. 듣고 보니 그랬다. 남들 다하는 거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뚱 발랄하지만 영 틀린 생각 같아 보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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