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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Aug 03. 2024

ADHD 편견타파 8

ADHD인들이 주변 정리 정돈이 잘 안 되는 이유

ADHD is not laziness.
 It needs understanding and support.

-flowersunset-








ADHD는 나태함이 아니다




ADHD인들은 종종 정리 정돈을 힘들어한다. 그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닌데도 종종 나태해서 그렇다고 자주 지적을 받는다. 아이가 진단받기 전에는 나도 나의 아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어른도 정리하는 것은 귀찮고 미루고 싶다.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어지르는 속도가 상상이상이다. 최단시간에 가장 빨리 어지를 수 있는 기네스북이 있다면 기네스 북 기록을 세울 것만 같았다. 


당연히 양육자는 몇 배는 더 힘들다. 분명 아이 한 명이 놀았을 뿐인데 집은 어느새 어린이 집 아이들이 휩쓸고 간 것 같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청소하기를 유도하면 자신도 놀라면서 청소하기를 어려워한다. 체계적으로 분리를 하고 원래 있었던 자리를 단기기억으로 기억해서 찾아가는 것이 매우 힘들어 보였다. 이렇게 이해되지 않던 아들의 행동은 ADHD 진단을 받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ADHD는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행 기능은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그 계획을 실행하고 조정하는 데 필요한 인지적 과정이다. ADHD인들은 이러한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정리 정돈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물건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계획하고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ADHD에게는 어려운 도전이 된다.






동시에 세 과목을  펴놓고 공부하는 아이



아들은 공부법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말도 안 된다. 한 번에 서로 다른 과목의 교과서를 펴놓고 읽고 있다. 과 연 저렇게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는 저장이 되어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다. 아이들이 즐겨있는 WHY책도 한꺼번에 4-5권씩 갔다가 동시에 펼쳐 놓고 본다. 그러니 한 권을 보고 다시 한 권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다음 책을 읽는 아이들보다 4~5배는 순식간에 어지른다.


ADHD인들이 집중을 못한다고 알려있지만 하이퍼포커스(hyperfocus)라는 초집중을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관심사에 몰두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ADHD인들도 한 가지에 무섭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일에는 쉽게 흥미를 잃기도 한다. 이로 인해 정리 정돈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질 때가 있다. ADHD 아이가 여러 가지 물건을 동시에 사용하고, 정리하는 데 소홀해지는 것은 이러한 하이퍼포커스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ADHD인들의 증언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유튜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실제로 모 유튜브의  정신과 의사가 본인이 어렸을 때 공부를 하던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내 아들과 판박이 었다. 한 과목을 오래 공부하기에는 자기의 특성에 맞지 않아서 한 번에 여러 과목을 펴서 조금씩 자주 과목을 바뀌어 가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내 아들 말고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또 있다니 놀라웠다. 그 후 잔소리 한 바가지는 아이에게 쏟아 놓는 대신 아이가 자기 스스로 얼마큼 어지르고 있는지 환기시켜주고 볼 수 있도록 했다. 순식간에 여러 행동을 한꺼번에 하는 습성을 바꾸는 대신 어지른 것을 치우는 규칙을 세우게 됐다. 바구니 박스등에 크게 정리할 물건들의 이름을 적어 놓고 계속 연습하는 방식이다. 여전히 어려워 하지만 스무 번에 1~2번은 스스로 알아차리고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엄마의 강박으로 남았다. 아이와 나의 청소의 개념과 정도는 매우 달랐다. 아이는 어질러져 있는 것들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자신의 방법으로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존스홉킨스 정신과 의사인 지나영 선생님은 본인의 유튜브에서 자신이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계기를 기점으로 자신이 ADHD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 후부터 지나영 선생님은 배우자나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자신이 ADHD가 있어서 정리정돈이 서툴지만 노력하겠으니 좋게 봐달라고 했다고 했다.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고 그 사람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강점에 포커스를 맞춰주는 그 사회가 조금 부러웠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 같은 이 외로운 1인 캠페인 [ADHD편견타파]가 단 한 사람이라도 ADHD인들을 이해하고 오해의 시선을 거둘 수 있다면 더 나은 사회적 인식 속에서 내 아이가 살아가길 소망하는 엄마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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