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도둑

별걸 다 갖고 싶은 사람들

by 이도연 꽃노을





1. 냉동고 문을 연 도둑


내가 7살 때 단칸방에 살 때였다. 길거리에 있던 우리 집은 여름이라 더워서 문을 5센티 정도 열어 놓고 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 2시쯤 인기척이 나서 나와 엄마는 동시에 눈을 떴다. 눈을 뜨면 왼쪽 편에 창문과 냉장고가 바로 보이는 위치에서 자고 있었다. 붕대가 칭칭 감긴 팔이 창문을 조금 더 열고 허공을 가로질러 냉동고 손잡이를 잡고 냉동고를 열었다. 당시 냉장고는 윗부분이 냉동고였고 밑에는 냉장고인 옛날 냉장고였다. 냉동고에는 아쉽게는 얼음 통하고 죠스바 하나가 넣어있었다. 키가 작은은 발이 냉동고 속까지 안 닿자 버둥버둥 거리며 계속 아이스크림을 꺼내려고 했다. 그때 아빠가 깨서 " 누구야 " 소리치자 붕대 감은 손은 재빨리 사라졌고 후다닥 뛰어가는 발걸음만 소리만 들렸다. 우리 집에 훔쳐 갈 물건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더워서 그런 것 인지 황당한 일이었다.







2. 눈앞에서 목걸이 훔치기


20살 때 아버지 직업상 페루에서 1년간 살 기회가 있었다. 당시 페루는 후지모리가 대통령이었고 치안이 우리나라 보다 좋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어학원에 다녀오는 데 두세 명의 인디오가 "에이 아미가" 하면서 웃으면서 다가왔다. 아는 척을 했기에 얼굴만 쳐다보고 누군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은 웃으면서 내 목에 있던 목걸이를 자연스럽게 클래습을 빼고 가져갔다. 그리고 유유히 "차오"하고 목걸이를 가져갔다. 눈앞에서 펼쳐진 도둑들의 탈취현장을 보고도 나는 그들의 너무 당당하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 수법에 당했다. 뻔뻔하고 일상인 듯한 그들의 수법은 지금 생각해도 기발하다. 도둑은 몰래 훔쳐 간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날려 버린 사건이었다.







화분 걸이대 희귀종 식물이 사라짐



이 이야기는 바로 3일 전 있었던 일이다. 아이와 남편이 시댁에 휴일이라 다니러 갔다. 아들은 자기가 심어놓은 꽃모종을 할머니 댁에 가져간다고 했고 걸이대에서 채송화 모종이 담긴 화분을 비닐에 담았다. 그리고 아들과 남편은 오후 5시 40분경 집을 나섰다. 그날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집에서 남아 있었는데. 밤에 쿵쾅쿵쾅 소리를 들었다. 분명히 문닫속까지 다 마친 밤 10시 30분쯤 나는 무서워서 내 방 방문까지 잠갔다. 그렇게 숨죽여 기다리니 더 이상 소리가 안 났다. 그다음 날 아침 8시에 거실에 나가보고 난 당황했다. 1층이라 화분걸이대를 걸어 두고 식물을 키우는데 그곳에 식물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전 10시쯤 아들과 남편이 집으로 도아 오고 거실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어제 들은 것과 비슷한 소리가 또 나는 것이다. 아들과 나는 베란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80대 정도 되는 할머니가 나무 꼬챙이로 우리 집 베란다 사이에 끼어있던 화분을 꺼내려고 하셨다. 나는 그것이 훔쳐 갈려고 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 할머니 왜 그러세요? " 저희 집껀데 제가 치울게요.

" 아니. 나 이 화분 가져갈라고."

" 네? 이거 저희 집 것인데 왜 가져가세요? "

" 어? 이사 간 거 아니었어? 내가 어제 여기서 가져간 식물이 있는데 다시 가져다줄게 "

찝찝했지만 할머니가 정신이 흐리시거나 정말 착각하신 건가 보다 생각했다.


잠시 후 할머니는 내 식물 한 개를 가져오신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하시고 돌아가셨다.

연로하시고 일부러 그러신 것 같지 않아서 나도 괜찮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아들과 나는 깜짝 놀랐다. 없어진 화분은 그 할머니가 돌려주신 식물뿐이 아니라 2개가 더 있었다. 우리 집에 온 희귀 식물 신상 2종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3개를 가져가시고 한 개만 돌려주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이 가져간 것인지. 울타리를 넘어 다른 사람의 화분걸이대에서 식물을 가져간 상황.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강낭콩이나 상추 같은 저렴이는 그냥 두고 제일 비싼 두 종을 가져갔을까?


나는 오늘 생활 지원센터에 알렸고 내 식물이 내게 돌아오길 기다린다.

살다가 살다가 식물이 없어진 적은 처음이었다. 세상이 정말 각박해진다. 슬프다.



별난걸 다 탐내는 세상. 수법도 다 다르다.


이때 아들이 말한다.

" 하마터면 학교에서 나눠준 내 강낭콩은 안 가져갔네. "



제발 돌려주세요. 강아지 고양이만 가족이 아니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식물이 제 자식같이 키운 것 이랍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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