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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13. 2024

스며드는 것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라 낭독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는데요~~


 작가님들의 열정이 바람이를 움직였네요.


 아래의 시는 제가 꽃게를 못 먹게 만든 원흉(?)이지만 여운이 깊은 훌륭한 시이지요.


 이 시 한 편을 보기 위해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을 샀더랬어요.ㅋㅋ


 파도 소리와 함께 음미해 주셔요^^





스며드는 것       


     

         안 도 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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