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균형을 흔들어놓은 그것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바꾸라. 당신의 중요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펜듈럼임을 기억하도록 하라. 당신의 영혼을 가두고 있는 상자는 중요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어떤 것에도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지 말라. 그저 당신의 것을 가지라. 주장하지 말고 평온한 태도로 그렇게 하라.
-바딤 젤란드 지음, 박인수 옮김
<리얼리티 트랜서핑2>정신세계사-p152
휴일 아침.
머뭇거리다 남편을 불렀다.
“여보”
읽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고 “응”하고 답한다. 남편은 소파에 기대어 나른한 오전을 즐기고 있다. 풍성한 배 위에는 소냐도르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한 손으로 책을 반쯤 말아 쥐고 다른 손으로 소냐의 등을 쓰다듬는다. 선풍기가 이리저리 느긋한 바람을 보내준다.
“나는 내년에도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을까?”
남편이 고개를 들었다. 문득 질문의 취지를 알아차린 표정이다.
“시간을 제한하는 건 당신 자신뿐이야.”
내가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 했을 때 남편은 탐탁지 않아 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했다. 하지만 곧 ‘작가란 무엇인가, 글쓰기의 최소원칙, 소설의 이론, 우리말 어감 사전, 소설가로 산다는 것’ 같은 책을 주문했다. 이외에도 참고할 만한 책으로 책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부탁한 일이 아니었고, 안타깝게도 아직 읽지 못했다(훌쩍훌쩍). 그리고는 ‘사람이 한 번은 자기 원하는 대로 살아봐야지’ 했다. 앞으로 십 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으니 편하게 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퇴사를 감행했는데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이 생활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안달복달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일상이 흔들릴 때 가까이하는 책이 있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제목이 특이하다. 내용도 마법 같다. 냉큼 책을 펼친다.
책에는 몇 가지 생소한 단어들이 나온다.
1. 가능태 공간
존재 가능한 모든 정보의 저장소
2. 트랜서핑
가능태 트랙(혹은 구역)을 파도타기 하듯 이동해 가는 것
3. 펜듈럼
같은 방식의 생각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체(가치관이나 관념, 상식으로 불리는 것들도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혼자서 생각해 봤다.)
4. 영혼
잠재의식과 관련된 것. 느낌으로 감지할 수 있다.
5. 마음
생각과 같이 의식과 관련된 것.
간략히 내용을 소개해본다. 우주에는 무한한 가능태 공간이 있고 우리는 원하는 인생 트랙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영혼과 마음이 일치하면 원하는 인생 트랙으로 이동하는 트랜서핑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트랜서핑을 못하는 이유는 파괴적인 펜듈럼이 부정적 감정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펜듈럼은 사람들을 조정하여 스스로 부정적 감정을 방사하게 하고 그 에너지를 빨아들여 생명을 유지한다. 펜듈럼이 수확하고 남은 부정적 에너지는 그에 상응하는 부정적 인생 트랙과 동조하여 성공의 물결에서는 점차 멀어지게 된다.
여기에 균형력의 이야기가 첨가된다. 자연은 균형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이 있는데 어떤 일을 지나치게 원하면 균형이 깨진다. 중요시할수록 불균형이 심화된다. 균형력은 당사자로 하여금 욕망을 포기하도록 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균형을 회복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나는 한동안 기진맥진한 삶을 살았다. 변화가 필요했고 영혼이 즐거워할 일을 시작했다. 마음도 동의했다. 글쓰기는 창조의 원초적 기쁨과 내면의 치유를 선물했다. 영혼과 마음이 일치하여 내가 원하는 인생 트랙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속에서 생각이 떠오른다. ‘이대로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남편은 이런 내가 못마땅하지 않을까? 많이 섭섭한 거 아닐까? 부모님이 인정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기적인가? 무책임한가? 나는 언제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까?’
걱정 근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여 긴장감이 올라간다.
사람들을 만나면 잔소리를 듣는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집에 있으면 안 심심하냐? 사람이 소속된 곳이 있어야 활기가 있지. 남편 등골 빼먹는 거 아니냐? 그러려고 그렇게 오래 공부했냐? 아깝지 않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펜듈럼이 부정적 감정을 더욱 자극한다.
용기 있게 시작했으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빛나던 소망은 쪼그라든다. 나는 점점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살기 위해 개업을 해야 하나, 취직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에 이른다. 생각과 감정의 감옥에 갇혀 이전과 같이 기진맥진한 삶을 찾아 나선다.
너무 비극적인 시나리오인가? 좀 슬프다. 그래서 신명 나는 시나리오로 건너가 보려 한다. 트랜서핑의 기술을 익혀야겠다. 중요성을 낮추고 영혼을 보살피며 죄책감의 꼬리를 자른다. 이렇게 짧은 글 한편을 디딤돌 삼아 다른 파도 위로 조금씩 옮겨가려 한다.
예시가 이해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물리학자인 까닭에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책을 읽고 있으면 공고히 세워둔 고정관념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자유로운 기운이랄까,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 미묘한 떨림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이런 것이 분명해진다.
눈앞에 천천히 방향을 바꾸는 선풍기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평온한 소냐의 등을 타고 내게 온다. 내 마음도 느긋해진다. 오늘의 불안감이 사라졌으니 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