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앱에서 추천하는 책은 거르지 않고 보는 편이다. 그러나 한숨에 끝까지 내리읽은 적은 드물다. 집중력이 떨어진 탓도 있고 다음에 읽어보려고 쟁여두는 습관도 있다.
어느 날 G 작가님(불편하실까 봐 G라고 칭하겠습니다. 저는 알파벳 중 G를 가장 좋아해요. G가 ‘뉴턴 상수’라 불리기 때문이지요)의 브런치 북이 메인에 떴다. 산골살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벤트 낚시에 걸려 유료결제까지 해가며 정주행 하는 웹툰을 보는 기분이랄까. 다음 편이 궁금해 참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산속에 집을 지어 온 천지를 마당으로 삼아볼까 꿈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도시의 편의를 포기하기 어려웠고 용기가 부족했다. 재정적 문제는 차치하고 삶의 패턴 전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산짐승과 벌레가 무서웠다. 그렇다고 산골살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지.
G 작가님은 입산부터 도시로 나오기까지 그간의 많은 일을 재미있게 엮었다. 어쩜. 이렇게 재미날까, 하다가 다른 작품까지 읽게 되었다.
다른 작품도 역시나 훌륭했다. 솔직히 읽다 깜짝 놀랐다. 어쩜 나랑 비슷한 생각을, 나와는 다르게, 이토록 멋진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언어가 얼마나 풍요롭고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는지를 맛보게 했다. 너무나 부럽다.
밀려오는 감동에 나도 모르게 댓글을 달고 싶어졌다. “저는 작가님 글을 읽으면 完全 힐링돼요. 작가님은 글을 너무너무너무 잘 쓰셔요. 글을 읽을 때 저는 정말 행복해요.” 뭐 이런 댓글을…
그러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댓글로 패가망신까지는 아니어도 삶이 상당히 피곤해지는 상황을 직업상 자주 목격한 자로서, 나는 SNS에 어떠한 댓글도 남기지 않겠다는 신조가 있다.
욕망을 살며시 누르고 소심하게 라이킷 하는 정도로 마음을 표현했다. 이 글도 라이킷. 저 글도 라이킷. 라이킷 숫자가 늘어났다. 예전에 쓴 글로 역주행하면서 날마다 하나씩 라이킷 하는데 작가님이 나를 스토커 내지 정신병자라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이것도 오랜 직업병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다 복병을 만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글을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글에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은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근두근. 첫 댓글을 달았다.
작가님도 다정하게 답글을 올려주셨다(감사드려요^^)
그러고 보니 ‘이 주의 한 문장’이라는 매거진을 시작할 때, 기획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나의 연재 목적은 작가님들께 보내는 답장 쓰기였다.
책이 수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라면(허은실,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중) 독자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고 싶었다. 작가에게 직접 부칠 수는 없으니 빈병에 답장을 담아 바다에 던지는 방식이다. 어쩌다 그 병을 주운 사람이 작가에게 글을 건네주길,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닿을 수 없는 자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에서는 댓글이라는 간단한 수단이 있었으니… 헐!
어떤 방식이든 작가와의 소통은 즐겁다. 좋은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글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영혼의 작은 공명이 이루어졌다는 것.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멋진 일이다. 그 멋진 일을 시작하게 된 것만으로 기쁨 가득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