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만류 끝에 사직서가 수리되었다. 정이 들고 감사한 분이 많았던 곳, 힘들기는 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선사했던 곳. 그렇게 나는 직장을 떠났다.
정신없던 나날을 뒤로하고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읽고 싶던 책을 읽고 동네 산책을 다녔다. 어슬렁어슬렁 평온하게 지냈다.
유튜브 영상 제작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하고, 어설픈 글도 끄적거렸다. 그러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브런치 고시’라 불릴 정도로 어렵다길래 무척 걱정했다.
안되면 어쩌지? 발표까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무리 겪어도 낙방은 익숙해지지 않기에 도전은 매번 간 떨리게 무서운 일이다.
다행히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독자는 여전히 열명 남짓이지만(슬퍼요) 라이킷을 해주는 분은 꽤 있었다.
내 글에 달리는 하트 하나하나에 용기를 얻으며 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매일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접는다. 남들이 보기엔 파도에 사라질 모래성을 쌓는 일처럼 의미 없는 호작질로 하루를 채운다.
잘 써질 때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지 하며 잔뜩 희망에 부푼다. 안 써질 때는 손목 통증의 불편함에 빠져들고 침침한 눈과 뻐근한 허리를 자각하며 좌절한다.
조바심에 자신을 괴롭히면서 엉거주춤 작가 생활에 적응할까 말까를 반복한다.
이 나이에 다시 경제적 독립이 화두가 되어 깊은 고민을 한다. 남편은 괜찮다고 하지만 내 마음은 편치 못하다.
어디 좋은 정보가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글이 돈이 되는 기적’이라는 책을 참고서로 읽었더니 더 암담했다. 앞으로 어쩌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하루는 월 천 작가의 꿈을, 다음날은 쓸모없는 인생을 한탄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긴 시간 올인했으나 법조 부적응자가 되고 보니 다른 일에서 끈기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쓴 글이 하나씩 늘어나는 기적(돈은 안되지만)을 맛보는 게 아직은 신난다.
“기왕에 시작한 거 원 없이 해보지 머. 인생 별거 있나. 어떻게 되겠지. 바람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