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회를 별로 안 하는 편이다. 기억력이 나쁜 것이 그 주요 원인이고 안 좋았던 일을 생각하면 몸이 잘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글쓰기에 익숙해지면서 훅, 훅,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갱년기 증상의 일환인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머리를 감다가 불쑥, 밥 먹다가 불쑥, 차 타고 가다가 불쑥. 화가 났다. 절로 욕이 튀어나올 지경이니 좀 심각한 정도다.
이 ‘화’란 놈이 의외로 끈질겼다. 어딜 가나 쫓아왔고 지나치게 자주 과거를 소환했다. 억울한 상황에 대한 기억이 반추에 반추를 거듭했다.
뜬금없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맴돌고,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몇몇의 무례한 언행이 떠올랐다. 상황이 떠오르면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동시에 찾아와 나를 압도했다.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나는 분노의 화신으로 변해있었다. 거기에 극도의 자기혐오까지 더해졌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후회, 달리 취할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후회.
후회에 후회. 평생 할 후회를 다 한 것 같다.
그사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은 당연히 고장 난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 나아지기 어려웠다.
아. 이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화마에 집어삼켜져 나의 존재 자체가 ‘화’가 될 즈음 번쩍,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