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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찬 Dec 12. 2022

어깨

나는 요즘 자주 기운다.

말 그대로 어깨가 쪽으로 기운 나를 자주 발견한다.

의식적으로 어깨를 바르게 맞추고 가슴을 다.

그 자세는 불편하다.

내가 너무 꼿꼿하고 당당한 사람이 된다.

기운 자세는 비스듬한 시선과 포개어진다.

언제나 눈치를 살피는 게 버릇이 되었다.

기운 것이 차라리 편하다.

접히고 접혀 작아질 수 있을 것만 같다.

포개어진 자리는 한참 지나야 포개어졌다는 걸 알게 돼*

아빠는 어깨가 기운 사람이었다.

몇 달간 치료를 받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아빠도 눈치를 살피며 살았던 걸까.

아빠가 여린 사람이었다는 걸 오랜 시간을 지나며 알게 될 것이다.

어깨가 기운다.

아빠랑 포개어진 느낌.

닮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닮았을 때 앞서는 건 미안일까 실망일까.

나는 한쪽 어깨가 조금 주저앉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 높이만큼 불행하고 그 각도만큼 연약한 사람일 것이다.




*아침달, 이훤, 『양눈잡이』 중 「양눈잡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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