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은 나를 모르고
저기 배로 된 놀이터에 앉아
손으로 흙을 덮어주고 있다
흙으로 흙을
흘려 쓴 글씨처럼
소리가 멀어지는 소리
영영 멀어진 소리의 근황을 들을 수 없어
고함을 지르려다 허밍을 하고야 마는 저녁
당신의 눈을 보면
꼭 흙을 툭툭 턴 슬픔이 낭독하는 소리의 편지 같아
(온전한) 묵음
(완전한) 고요
내가 끓여내던 건 어느 낡은 밤의 물주전자였을까
갈라진 틈으로 기화되던 물방울은 어느 소리의 마을이길래 그렇게
동그랗게 말려 맺힐까 쉼표가 되려는 마침표처럼
지하철에 앉아
햇빛길을 따라 모여있는 먼지들을 본다
어느새 여기 도착한 흙의 부스러기 같아
주먹만 한 연필을 감싸듯 손을 뻗는다
글씨를 작게 쓸 수 있게 되자 사라진 주소들이 있다
편지를 받아본 적 없는 주소는 명랑하다
당신이 얼마나 슬픈 눈을 하고 있는지 당신은 알까
내가 나를 모르고 눈으로 부서지던
구름을 바라보던 것을 나는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