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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찬 Aug 15. 2022

6월 12일

나날

소식을 전하는 법에 서투릅니다.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합니까.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곱씹습니다. 나는 나의 형태로 살았습니다.


선풍기에게 어떻게 지냈나 물어봅니다. 선풍기의 소식을 듣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거실에 대나무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세 개의 계절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습니다.


근황을 주고받는 일이 텅 비어있을 때 내 안에는 꽉 막힌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전기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누르면 내게서도 바람이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없는 발자국을 나는 가지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뼈가 뒤틀려 있었습니다. 돌돌 말린 채 살았습니다.


꾸역꾸역 라면을 끓여먹고 죄다 쏟고 나면 텅 비어서 아무런 힘이 나질 않아요. 낮에는 잠깐 누웠다가 깜박 잠에 들었습니다. 눈을 뜨자 베란다 앞 잔잔한 소음이 산발이었습니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소리는 덮어냈습니다. 해낼 수 없는 일이 발치에 쌓여있어 발을 디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천장은 깜박깜박. 시침 소리 들리는 저녁 둥글게 오면, 현기증을 발급 받아 부엌에 들어옵니다. 생선 가시를 바르다 보면 조금 힘이 납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 가시에 어쩔 수 없이 딸려 나오는 살이 있습니다. 어릴 적 엄마. 잔가시는 같이 씹어먹으라고 말하셨는데. 여전히 그런 사람은 되지 못했습니다. 가시를 발라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납니다. 그에게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내나요. 나는 이런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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