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언제 빛일까
빛은 언제나 빛이지
바람은 언제 바람이지?
시원할 때 흔들릴 때 부스럭할 때
숲을 걷다 보면
유독 빛인 곳이 있다
문득 빛도, 번뜩 빛도, 불쑥 빛도 아니고
유독 빛인 곳
거긴 꼭 숲의 맨살 같아서
자꾸 훔쳐보게 된다
숲이란 그런 곳
나 대신 햇빛을 쬐는 나무들이 등 뒤로 흘려놓은 그림자에 앉아
떨어진 빛을 주워 글씨를 흘려 쓰는 곳
탁함을 들키기 싫어 멀리서 허밍 허밍 음음
투명을 머금은 초록이 유독 빛이다
나를 따라내고 싶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