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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찬 Aug 05. 2022

6월 21일

둥구나무

내가 쓰고 싶은 건,

한 편의 모험 이야기


한 소년이 모험을 떠났다가

커다란 괴물을 만나지도,

힘겨운 위기를 겪지도,

멋지게 성장하지도


않고,

이웃 마을에 눌러앉는 이야기


한 둥구나무 옆에서 오랜 시간을 살다

어느 날 먼 바닷마을로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이야기


하루 동안 바다를 지켜보고

아무런 일없이 돌아오는 이야기


그가 남은 생 내내

그때 본 바다에 관해 끝없이 적어내리는,

점점 뭉쳐지는 실낱같은 이야기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킨 나무가

그 이야기를 나이테 몇 줄에 동그랗게 적어두고

온 생 동안 지켜내는 이야기


바다를 본 적 없는 나무가 그렇게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언젠가 베어진 나무가

배의 심장이 되어 떠나는 모험 이야기


배가 그리는 해변의 노인,

그 눈 안에서 일렁이는 푸른 빛깔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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