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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찬 Jul 16. 2022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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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사이로는 초저녁달이 보이고. 숨쉬기가 힘들어 잠을 못 자던 날에는 가만히 앉아 달을 보면 위안이 되었더랬다. 혼자가 아닌 것 같고. 그러고 보면 방을 잘 구했지. 해도 달도 보이고. 아까는 창밖으로 구름이 지나는 걸 지켜보았다. 아주 느리게 보았다. 참 단순한 내 세계.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며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어느새 자라난 손톱, 새로 먹게 된 영양제들, 오늘 엄마한테 전화를 했나.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만지며 하릴없이 엄지를 쓰다 질끈 눈을 감고. 읽고 있는 책들은 계속 쌓이기만. 할 일도 그렇고.


빛마을에서 다 자란 빛들은 마을을 떠나 여행을 나선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이다. 모든 빛들은 다 그리움을 가지고 있지. 일직선의 여행을 지속하며 빛은 곡선이 되기를 꿈꾼다. 곡선이 된다면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빛을 잡아먹는 하마는 빛의 흔적을 쫓아 우주를 떠다닌다. 하마는 언제나 한발 늦는다. 그리움의 찌꺼기만 간신히 먹어대며 주린 배를 채운다.


내가 사는 곳은 하마의 뱃속. 어디선가 떨어지는 찌꺼기를 빛이라 착각하며 손을 뻗는다. 이미 소화된 은하수를 허겁지겁 마시면서. 또 그런 빈곤한 하루. 달 아래로 흐르던 구름이 사라져 청명한 하늘. 입을 벌리면 빛의 그림자가 쏟아질 것만 같다. 야속하게도 시간 역시 곡선이 되지 못하고. 동굴 같은 내장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 몸을 둥글게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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