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뉴질랜드에 왔습니다.
우리 부부, 2019년 2월 결혼을 하고 11월에 뉴질랜드로 긴 신혼여행을 왔다.
한국 나이 29살, 남편은 31살.
엄마 말로 하면 우린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니었다. 고작 뉴질랜드에서 5개월 정도 있었는데 나이를 적다, 많다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희한스럽게 느껴진다.
문득 이 곳에 오기 전 적어보았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우리는 결혼을 하고 워홀을 가고자 한다.
이유는 이렇다.
1. 더 넓은 세상을 우리가 현재 누릴 수 있는 제도로 경험하고 싶어서다. (워홀 비자는 만 30세까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
2.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 보고 싶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읽고 들으며 스스로 얻을 수 있을 만큼, 일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3. 이 과정을 통해 넓어진 안목과 견문으로 이후 우리에게 맡겨질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4. 뉴질랜드의 복지 정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 전공분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혼 전 부모님께 허락을 구하기도 전에 둘이 의논하고 있었던 지라, 가고자 하는 이유들이 거창하다.
지금 와서 돌아볼 때 그 당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프레임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던 듯하다.
각자 개인으로서는 안정을 추구하던 우리가 서로를 만나며 '안정감'을 주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프레임과 한계를 함께 확장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런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남편의 형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에 간 것이었다.
당시 한국은 미세먼지로 몸살을 겪고 있었는데, 나는 미세먼지 위험 경보가 뜬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 밖을 나갈 정도로 미세먼지를 극히 혐오한다.
그런 나에게 눈이 부실 정도로 깨끗하고 청량한 뉴질랜드의 환경은 절로 '살고 싶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단순한 이유였다. 우리가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때 툭 튀어나온 게 '워킹홀리데이'였다. 1년을 살아볼 수도 있고, 살면서 영어도 공부하고 일도 하며 여행도 할 수 있는 게 우리에게 안성맞춤인 비자였다.
2019년 11월 8일 금요일, 가족들과의 짧은(?) 헤어짐을 뒤로하고 우리는 뉴질랜드로 떠나왔다.
북섬에 있는 아주버님과 형님 부모님 댁에서 1주일 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남섬 넬슨으로 왔다.
넬슨에 위치하고 있는 어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하며 우리의 긴 신혼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두려움 없이 그저 기대로만 벅차오르는 걸 보니 시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