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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May 01. 2020

넬슨에서의 첫 주, 그리고 주일예배

뉴질랜드 현지 교회 예배를 드리다.

크리스천(개신교 기독교)인 우리는 뉴질랜드에 오기 전부터 하나님께 묻고 또 듣는 과정을 가졌다.

나의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 중 하나는 이 곳에서 건강하고 바른 교회를 만나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 그리고 신앙 공동체를 만나 함께 교제하는 것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열심을 다해 기도했던 제목이었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일요일은 단순히 휴일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일요일은 예배 안에서 말씀과 성도의 교제를 통해 또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을 공급받고, 하나님의 주 되심을 고백하는 날(=주일)이다.


우리가 선택한 어학원은 참 좋은 곳이었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게시판에 잘 올려두었는데, 그중 지역 공동체에서 교회와의 협력으로 국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둔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게시물을 통해 여러 교회를 구글에서 검색해보다가 홈페이지에 교회의 역할과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 놓은 교회를 찾았다. Unite Church였다.


넬슨에서 첫 주를 보내고 맞는 첫 번째 주일, 우리는 유나이트 교회로 갔다. 사뭇 긴장이 되었다.

외국에서 현지 교회는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선교지에서 팀과 함께 예배드린 것 빼고는.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역시 교회는 교회였다. 젊은 교회 리더 분들이 새 신자(?)를 위한 환영 봉투 꾸러미를  나눠주었다. Connecting card와 볼펜,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쭈뼛쭈뼛 있는 우리를 보시며 한국으로 치면 집사님으로 보이는 분이 다가오셔서 물으셨다.

"Hey, where are you from?" 

"We are from South Korea."


혹시 영어 설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오후 2시에 한국인 예배가 있으니 참여해 보라며 권유하셨다. 한인 예배는 사실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찾아온 교회에서 한인 예배도 드린다니 신기했다. 외국인 이방인을 위한 따듯한 배려와 정보 공유에 고맙고 또 고마웠다.  


예배는 콘서트 같았다.

음, 뭐랄까 대학생 선교단체에서 수련회 할 때 사용하는 무대 장치,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만 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르신 들도 계셨고, 무엇보다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통역자가 있었는데 청각 장애인 분들이 거의 노년층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더 충격이었던 점은, 찬양 인도를 하며 키보드를 신나게 치시던 청년 리더로 보이던 그분이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맞다, 그분이 목사님이었다. ㅎㅎ


화장실 간 오빠를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나에게 다가와서 교회는 처음 와 봤냐며, 한국에서도 신앙생활했냐며 물어보던 그 교회 오빠 같은 분이 목사님이었다니.. 게다가 결혼하셔서 아이 둘이 있는 아빠 목사님이셨다.

이 분의 설교는 정말 무지 너무 빨라서 거의 100% 알아듣지 못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나, 우린 다음 주에 또 가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참,

뉴질랜드에 오기 전 한국 교회에서 잠깐 영어예배부에 참여했었다.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참석했었던 예배였다. 그때 왜 그분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했을까. 너무너무 미안하고 후회가 되었다.

타지에 있는 외국인이 비주류로서 느끼는 그 쭈뼛함과 공동체 안에서 언제까지나 이방인으로 남을 것 같은 왠지 모를 헛헛함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주류, 그 나라 사람들의 따듯한 한 마디와 미소로 언제 그랬냐는 듯 무장해제됨을 경험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남편과 영어예배부에서 외국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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