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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06. 2020

산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

* Day 11 / 20201004 일요일

@ Queenstown, Ben Lomond Mt


퀸스타운에 도착한 날 바로 찾아 간 퀸타 지부 DOC(Department of Conservation: 뉴질랜드 자연보호국) 우리가 오르고 싶었던 뉴질랜드의 Great Walks 중 밀포드와 루트번 트랙 등반은 어렵게 되어, 이제부터 들르는 지역에 있는 괜찮은 트랙을 소개받고 가기로 했다. 친절하고 열정적인 직원 분의 소개로 퀸스타운에서는 Ben Lomond 산을 오르기로 했다. 이 때는 몰랐다, 내가 이 분을 원망하게 될 줄.

퀸스타운 DOC


어제 퀸스타운 도착하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대만 커플 호호 그리고 네스를 또 만났다. 처음엔 아주 호기로웠다. 이미 두 번의 긴 트랙 등반을 마친 우리였다. 게다가 히피 트랙은 뉴질랜드의 Great Walks 중에서도 가장 긴 트랙이었고, 우린 그 트랙을 완주했다. 이 산은 고작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코스였다. 왕복 6시간. 그렇다, 우리는 이 산을 우습게 봤다.

심상치 않은 구름과 바람의 암시 '자네, 정녕 이 산을 오르겠는가'


산악인 엄홍길 대장님이 그러셨다지, '산이 허락해줘야 오를 수 있다'라고. 오늘 Ben Lomond 산은 '겨우' 우리를 허락해 준 것 같다. 우리는 결국 그 산 정상에 올랐다. 장장 12.2km, 고도 1748m. 바람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텐데 정말 내 생애 이런 무지막지한 바람은 처음 맞아봤다. 오빠는 메고 간 배낭끈으로 싸다구를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른다고 할 만큼 한 없이 매정한 바람이었다.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과 대만인은 가는 길 중간에 큰 바위를 벽 삼고 바람을 막아 라면까지 끓여 먹었다고 한다. (사실 이 산에서 취사는 금지다.) 


너무 힘들었던 우리, 하루만 더 백팩커스에서 뜨거운 물에 제대로 샤워하고 푹 쉬기로 했다.   

네스가 찍어 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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