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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09. 2020

뉴질랜드 자연에 무해한 관광객 되기

* Day 15 / 20201008 목요일

@Milford Sound


우리가 좋아하는 키위 할아버지 Don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밀포드 사운드! 오늘은 새벽 5시 30분에 알람을 듣고 바로 눈이 떠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또한 좋아하는 장소라면 그곳이 어떤 곳일지 다른 곳보다 더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 밀포드 사운드는 워낙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한 곳이다. 가는 길 또한 사람들을 쉽게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날씨에 따라 밀포드로 가는 길목이 열릴 때가 있고 닫힐 때가 있다. 어제는 눈이 온다고 했었는데 감사하게도 오늘은 날이 맑게 개어서 그 고고한 길목이 우릴 맞아주었다. 가는 길 또한 너무나도 장엄해서 슬쩍 긴장이 되었다. 그곳에 닿은 사람만이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새벽길


우리는 아침 8시 50분 크루즈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전 날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승선을 기다렸다. 크루즈 안에 비치되어 있는 티와 뜨거운 물, 우유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확실히 유명한 관광지를 가면 뉴질랜드에 여행객이 많이 없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탄 크루즈에는 우리 넷을 포함해서 승객이 10명도 안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뷰 맛집 배 앞자리에 사이좋게 앉아 펼쳐진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었다. 정말 '멍 때리며' 바라본 밀포드 사운드.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와 약간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좀 더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나와, 좀 더 열심히 멍 때리는 오빠의 모습이다. 덕분에 사진의 구도가 맞춰지듯 우리의 여행하는 방식이 조금씩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밀포드 사운드는 말 그대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퀸스타운 DOC에서 만난 직원 분은 크루즈 대신 카약을 추천해 주셨었는데, 카약을 두 번 경험해 본 대만 친구는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마도 그 직원 분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모험을 즐기시는 분 같다. ㅎㅎ 나도 은근 내면 깊은 곳에 모험심이 꿈틀거리고 있어서인지 카약을 타고 야생의 밀포드를 즐겨보고 싶었지만 가격도 크루즈에 비해 3배여서 과감히 내려놓았다. 날 것의 밀포드 사운드를 경험하러 다음에는 걸으러 오고 싶다. 참고로 트래킹을 하며 머무를 헛(산장)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예약해야 된다고 한다.   

남편이 찍어준 나와 내가 찍어 준 남편


이미 식후경을 즐겼지만 크루즈 관광 후에도 여전히 배가 고팠던 우리는 주차장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플런져에 커피를 내려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20분 정도 트랙을 걸었다. 걷는 중에 트랙 양 쪽으로 작은 나무 모종을 심으시는 분들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고 돌아오는 길에 밀포드의 고고한 길목을 정비하는 여러 기관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볼 수 있는 '날 것의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뉴질랜드 사람들의 열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가 한국이었으면 가는 길 목에 늘어선 포장마차들과 계곡 위쪽으로 백숙집들을 여럿 볼 수 있었겠다고 장난 삼아 말했지만 한 구석은 씁쓸했다. 뉴질랜드는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그 자체를 누리기 위해 정부도 국민들도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자연을 배려하는 태도는 어딜 가나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좀 더 자연에 무해한 관광객으로 이 곳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샘솟는다.

식후경 아니구요, 경후식 입니다.


나중에 밀포드 사운드를 다시 찾아올 때, 이 곳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가고 나오는 길이 매끄럽진 않지만, 그 불편함은 아주 작게 느껴질 정도로 이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저 경이롭기 때문이다.  

밀포드 사운드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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