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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11. 2020

다시 새로운 곳으로!

* Day 16 / 20201009 금요일

@ Te Anau & Monkey Island


3일 동안 대만 친구들이랑 한 방에서 먹고 자고 했다. 이제 다시 헤어질 시간이다. 떠나기 싫었던 홀리데이 파크(Te Anau Lakeview Kiwi Holiday Park) 체크 아웃을 하고 우리는 인버카길 서쪽에 있는 Monkey Island로, 이 커플은 바로 인버카길로 간다. 여행 중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불편한 점들도 조금씩 생겼다. 우리 둘이 있을 때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들을 신경 써야 했고, 식사 메뉴 선정과 구매 등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선택들을 함께 결정해야 해서 에너지가 좀 더 쓰였다. 그러면서 나는 또 깨달았다. 내가 남편에게 많이 익숙해졌다는 것을. 아마 남편도 나에게 많이 익숙해졌겠지. 여전히 느리고 잘 따라와 주지 못하는 어리숙한 아내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결혼 2년 차다. :)

대만 친구들 닭볶음탕 맛보여주려고 요리 중인 남편과 나


3일 동안 현명한 대만 친구 덕분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시설을 갖춘 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무료 캠핑장으로 가게 될 생각을 하니 조금은 심란했다. 그래도 바다를 볼 수 있는 해변가에 위치한 캠핑장을 찾아서 오늘은 어떤 뷰를 보면서 차박을 하게 될까 기대도 되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느꼈다. 우리가 좋은 캠핑장을 잘 찾았다는 것을! 이미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우리가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차들이 캠핑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리고 이 곳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났다.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함께 즐겼던 커플이었다. 어제 크루즈에서 무시무시한 폭포 속으로 오빠와 함께 들어가 물세례를 받은 프랑스 남자 친구와 벨기에 여자 친구 커플이었다. 이 친구들도 캠핑카를 타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다니는데 퀸스타운에서 집 지키는 일을 구해서 이제 곧 돌아가야 한단다. 우리는 이 친구들 차 옆에 주차를 하고 서로의 캠퍼밴 구경을 하면서 수다를 떨다가, 친구들이 잡은 전복을 맛보게 되었다. 막 잡아서 손질 후 끓인 전복의 맛과 바질 버터 소스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들 둘 다 자기네 나라에서 요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셰프의 전복 요리를 맛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오빠는 한국의 맛 '팔도 짜장면' 인스턴트 라면에 온갖 정성스러운 재료를 넣고 볶아 불 짜장 맛을 보여 주었다.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주었다(?). 근데 진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먹은 짜장면보다 더 맛있었다.

프랑스 셰프의 전복 요리 & 한국의 인스턴트 불짜장 요리

 

이 캠핑장은 예쁜 해변가에 자리 잡은 것 빼고 캠핑하기에 썩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비해 이동식 화장실 두 개가 달랑 있고 수도꼭지가 없어서 밥 차려 먹고, 씻고, 싸는 게 좀 불편하고 수고스럽다. 하지만 그 불편한 과정을 모두 겪은 후에 차 안에 들어와 침낭에 몸을 비벼 넣고 잔잔한 노래와 조명을 곁들이면 완벽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빠는 영상을 만들고 나는 글을 쓴다.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우리의 기록 방법이다. 오빠는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이제 어엿한 우리만의 공간이 된 이 차를 떠날 때 조금은 슬플 것 같다.

바람 잠잠한 틈을 타 요리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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