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의 불편한 동거

by 플로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놈이 속삭인다. "오늘 해야 할 일들 봐봐, 어떻게 해 치울 거야?" 그러면 머릿속에서 영화 예고편처럼 하루 일과가 빠르게 지나간다. 회사에 다닌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 오늘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겠다' 싶었던 날은 정말 몇 번 안 된다.



대부분 회사 밖에 기다리고 있을,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을 때만 출근길이 홀가분했다. 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거나, 10년 만에 새로운 중고차를 장만한다거나, 읽고 싶은 책이 도착하는 날, 그런 날에는 불안이라는 놈은 다소곳했다. 하지만 그런 날은 드물었다.



나머지 날들은 똑같은 패턴이었다. 아침이 오면 나는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그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들의 무게를 느꼈다 - 익숙한 일들, 새로운 일들, 만나야 할 사람들, 해결해야 할 문제들. 그 모든 것이 내 가슴 위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부담(負擔)! 그것이 내 아침을 규정하는 단어였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쨌든 하루가 지났지만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쓰러지거나 침대에 가로눕고 마는 거였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불안'이라는 거였다는 걸. 그냥 내 몸이 약해서, 마음이 여려서, 게을러서, 의지가 약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 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불안이 느껴지면 피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직시하면 덜 고통스러워집니다."


선생님의 조언은 진료실에서 들을 때는 정말 그럴듯했다. '아, 불안과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나서고 몇 시간만 지나면 달랐다. 손톱만큼 작은 항불안제 한 알이 의사 선생님의 말씀보다 효과적이었다



불안해지면 물을 자주 마시고 화장실에 자주 간다. 요실금, 변실금까지는 아니지만 그와 버금갈 만큼의 불편을 느낄 때도 많았다. 고객과의 언쟁이나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만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날에도 그럴 때가 있다. 이게 정말 나를 수치스럽게, 짜증스럽게, 우울하게 만드는 거였다.



내 목표는 분명하다. 눈뜨고 시계를 들여다보며 "5분만 더!"를 세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하는 날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국엔 항불안제와 영영 이별할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