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줄처럼 헝클어지는 결심
헝클어진 이어폰을 보며 그냥 놔두면,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경향(엔트로피)은 우주 법칙이라는 걸 느낀다. 작심삼일과 같이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은 우주 법칙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아무리 가지런히 감아 두어도, 주머니 속에서 이어폰은 스스로 엉킨다. 손대지 않았는데도 어김없이 꼬여 있다. 일부러 이렇게 꼬아지도록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거다.
마치 “가만히 두면 이렇게 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헝클어지는 이어폰처럼 내 마음도 그렇다. 결심이라는 건 처음엔 반듯하게 접힌 종이처럼 단정하지만, 일상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조금씩 구겨지고, 결국엔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의지가 약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너무 인간적이어서 무너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가 늘 무질서를 향해 가듯, 우리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다. 그걸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겠다. 문제는 엉킨 그 자체가 아니라, 엉킨 것을 다시 풀어보려는 시도를 포기하는 순간일 테니까.
이제 알겠다. 이어폰이 엉킬 걸 알면서도 매번 조심스럽게 풀어 다시 귀에 꽂듯, 마음도 그렇게 다뤄야 한다. 완벽한 정리는 불가능해도, 다시 쓰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정돈은 할 수 있다.
인생을 바꾸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렇게 엉킨 것을 한 번 더 풀어보는 손의 움직임 같은 게 아닐까.
헝클어진 이어폰 위에 놓인 책 한 권처럼, 삶은 늘 무질서와 질서가 겹쳐 있는 상태로 우리 손에 들려 있다. 엉키는 건 잘못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가 그렇고 나약한 나의 의지를 너무 과신하지 말고 수시로 점검하라는 걸 말해 주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