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만족 사이의 적당한 거리
40대 초반까지의 삶은 오로지 희망으로만 움직였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지 않으면 삶이 금세 허망해질 것 같았다. 멈추는 순간, 뒤처지는 사람이 될 것 같았고, 욕망의 엔진을 끄면 인생 자체가 정지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희망보다 만족을 조금 더 가까이에 두고 살려고 한다.
그 변화는 마음가짐의 미세한 조정이 아니라, 삶의 궤도를 바꿔놓은 사건들에서 비롯되었다. 도박중독, 자살 시도, 그리고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게 된 일들. 극적이라면 극적인 인생의 굴곡 덕분에 나는 비로소 멈춰 서서 묻게 되었다.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람은 가지고 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고,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안다.
좋아하던 외투 하나, 손에 익은 볼펜, 매일 차던 시계 같은 사소한 물건들조차도 막상 사라지고 나면 보물상자처럼 귀해진다. 내 삶도 그랬다. 가족이 곁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
지금의 나에게 만족이란,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이미 내 손에 있는 것들을 알아보고, 그것을 존중하는 일. 가족을 지키는 일, 그리고 나 자신을 존중하는 일. 그 단순한 진실을 깨닫기까지 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적어도 이제는 희망과 만족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