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진실

금요일 밤에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by 플로쌤

금요일 오후가 되면 사무실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직 퇴근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걸음걸이도 가벼워진다. 마치 봄이 오는 걸 미리 알아차린 나무들처럼. 나도 어제까지 바닥을 기던 에너지가 다시 솟아오르는 걸 감출 수 없다.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몸짓에 자신감이 붙는다.


TGIF. Thank God It's Friday. 인간의 굴레를 무척이나 잘 표현한 말이다.
왜일까. 금요일 밤이 왜 이렇게 특별할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이거다. 해방감.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가 금요일 저녁과 함께 서서히 녹아내린다. 요즘 같은 폭염을 잘 견디고 찬물샤워하고 소파에 기댔을 때의 상쾌함과 편안함. 딱 그 기분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그냥 버텨내는 시간이었다면, 금요일은 비로소 어깨에 맨 짐을 내려놓고 멍 때려도 좋은 시간이다.

시간적 여유가 몹시 길게 느껴진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이틀의 자유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마음이 그토록 가볍고 편안한 것이다. 평일 밤에는 항상 시계를 의식한다. 열 시가 되면 '오늘 글쓰기 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열 한시가 되면 '빨리 끝내고 잘 준비해야 하는데'

금요일 밤만큼은 다르다. 시간이 내 편이 된 느낌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금요일 밤 일곱 시와 화요일 밤 일곱 시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같은 공기, 같은 온도, 같은 시간 아닌가? 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180도 다르다. 이상하고도 신기한 일이다.

더 이상한 건 이거다.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부르는 금요일 밤이, 어떻게 보면 가장 구속된 시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노동시간,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의 근무시간. 이런 인위적인 틀 안에서만 금요일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정해진 시나리오에 쓰인 대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런 존재인가. 완전히 자유로우면 오히려 불안하고, 적당한 제약이 있어야 자유의 달콤함을 안다. 금요일 밤의 해방감도 그런 맥락일까.

금요일 밤의 또 다른 즐거움 속엔 기대감이 숨어 있다. 내일은 토요일, 모레는 일요일. 늦잠도 잘 수 있고, 하고 싶었던 일들도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주말에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가능성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어쩌면 나는 현재보다 미래를 사랑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밤의 즐거움 대부분이 '내일'이나 '이번 주말'이라는 미래형에서 나오니까. 복권을 긁기 전의 설렘과 비슷하다. 당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꿈이 가능해 보인다.

물론 토요일이 되면 그 설렘은 조금씩 사라진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시 우울해진다.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래서 나는 또 다른 금요일을 기다린다. 매주 반복되는 이 리듬이 내 삶의 박자가 되었다.


불금, 불타는 금요일. 정말 불타는 일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큼은 불타고 있다. 일주일 중 가장 불타오르게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 자유가 비록 짧고 상대적일지라도, 나는 그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늦잠을 자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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