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려고 나는 책을 읽는다
어젯밤 2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고전독서모임에 새로운 분이 오셨다. 5명 이하의 소모임이라 부담 없이 참여하셨다고 하셨지만, 나는 갑작스럽게 자기소개를 하게 되어 꽤 쑥스러웠다. 사는 곳, 직장생활, 관심사항 같은 평범한 이야기들을 하며 나 자신을 소개하는 일이 이렇게 어색할 줄 몰랐다.
2년 넘게 함께해온 멤버들과는 이미 친숙한 사이인데, 새로운 분 앞에서 나를 정리해서 말하려니 "내가 뭘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멤버들과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 속에서 편안했는데, 갑자기 객관적으로 나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묘하게 긴장되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런 순간들이 모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새 멤버가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5명 이하라는 적정한 규모 덕분에 대화하기도 편하고,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문득 요즘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텍스트 vs 영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말이다. 영상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시각적으로 기억에 잘 남는다. 복잡한 내용도 쉽게 설명해주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텍스트가 더 고급지고 고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다소 엘리트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텍스트에는 확실히 어떤 품격이나 깊이가 있다. 글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서, 그만큼 진중하고 의미 있는 느낌이 든다.
고전독서모임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검증받은 텍스트들을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 있다. 영상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텍스트는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매체다. 상상력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자기 속도로 읽을 수 있으며,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기도 쉽다.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고, 집중력도 더 오래 유지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텍스트를 읽는 경험은 더 '고급스러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텍스트는 시간을 들여 음미하고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새로운 분이 우리 모임에 합류하면서 느꼈던 그 쑥스러움도,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텍스트를 통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임에서,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하나의 텍스트를 완성하는 과정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 소중한 모임이 계속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텍스트가 주는 그 특별한 품격을 잃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