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대답을 다시 다듬다
인터뷰를 다녔다. 한때 나의 업무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 사실 인터뷰는 그간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막막했고(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진행해도 되는 걸까, 섭외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가장 떨렸으며(인터뷰이 만나기 10분 전 두근두근, 이 질문 까먹으면 안 돼!), 가장 애정을 가졌던(질문 의도를 적확히 파악한 답변을 들을 때 찌릿찌릿한 전율, 쫄깃한 대화가 이어지는 순간을 감싼 밀도 높은 공기, 홀로 앉아 정리할 때의 고요함) 일이다.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 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지만, 어느 순간 느낌이 왔다.
아, 내가 이 일을 꽤 좋아하고 있구나
인터뷰어에 따라 준비 과정은 다르겠지만, 나 역시 하나의 인터뷰를 완성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쳤다. 일단 부단히 대상을 찾았고, 의뢰했다. 의뢰에 성공하면 인터뷰를 위해 다양한 자료를 보고 듣고 분석하여 질문 리스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질문 리스트를 하나의 '대화 설계도'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건물은 설계도에 따라 지어야만 안전하고 의도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지만, 인터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너무 빡빡하게 만들어진 리스트에 의존할 경우, 대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인터뷰는 길을 잃는다.
큰길을 잃지 않을 정도의 유연한 대화 설계도를 그리되 현장에서 눈길을 끄는 작은 골목이 보인다면 잠시 길을 잃고 탐방해도 좋은, 그런 마음과 태도로 임하는 인터뷰가 괜찮은 결과물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 녹취 파일을 풀었다. 오간 대화를 글로 받아 적으려면 적어도 녹음 파일에 적힌 시간의 2배가 필요하다. 단련된 인터뷰어는 녹취 없이 메모만으로도 인터뷰를 글로 옮길 수 있다는데, 그 경지가 나에게도 와줄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렇게 푼 녹취 텍스트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가며 글의 개요를 짰다. 글 전체의 흐름과 질문의 순서는 어떻게 잡을 것인지, 강약 조절은 어떤 질문과 답변으로 할 것인지,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인터뷰이의 진솔한 모습을 살리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며 나는 텍스트에게 물었고 텍스트는 다시 내게 물었다. 여기다 분량 조절(내가 쓴 글은 오프라인 지면에 실렸었기 때문에 분량 제한이 있었다)과 진부한 표현을 두고 머리를 쥐어뜯는 과정이 끝나야 한 편의 글이 탄생했다.
그렇게 어루만지며 쓴 인터뷰 글 중 분량 제한이 아쉬웠던 몇몇이 늘 눈에 밟혔다. 그 기록을 다시 어루만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면에 실렸던 글은 나의 글 속에 인터뷰를 녹이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번에는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내가 진행한 인터뷰에는 유명인도 있고, 유명하지 않은 이도 있다. 그 기준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당신과 나의 들숨과 날숨이 섞여 하나의 호흡을 이루는 인터뷰. 그 호흡이 독자에게 다가가 전해지는 인터뷰. 그것이 드러나는 글이길 바라며 기록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