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DITOR Nov 05. 2019

아직 넘기지 않은 페이지 앞에서

J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우리 서로에게 글을 써 보면 어때요?


두 달쯤 전이었나요. J의 제안을 받고, 망설일 틈도 없이 “좋아요!”를 외쳤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카톡으로, 또 만나서 주고받은 이야기만 해도 문서로 만들면 족히 책 한 권 분량은 나왔을 테니까요. 큰 주제는 어떻게 하면 ‘근사하고, 즐겁게, 지속 가능하면서도, 건강하게 일할  있을까였는데(잠깐, 글로 쓰니 조건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여기서 나온 자잘한 갈래들이 제게도 퍽 흥미로운 주제였거든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만난 우리로서는 이런 질문도 자주 던지곤 했죠.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그걸 만들어가는 팀은 어때야 하는지, 나를 설레게 한 콘텐츠는 무엇인지, 이걸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퍼뜨리면 좋을지 등등을요.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저는 공익 추구형 캐릭터, J는 사익 추구형 캐릭터라고 부르잖아요. (제가 무언가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했다가 J의 흔들리는 동공을 봤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그만큼 ‘팔리는’ 감각을 가진 J와 이야기하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각자의 이유로 회사에서 나와 ‘독립 상태를 맞이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 관한 고민이 더욱더 깊어졌고요. 어떻게 일해야 할지, 어떤 회사에 가는 게 내게 잘 맞을지, 좀 더 유연한 팀으로 일할 수는 없을지,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가 되면 어떤 형태로 일하고 있을지, 비즈니스란 무엇인지…(거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급의 큰 질문이네요)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면, 일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고민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실은 가끔 J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 사람은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까?’ 저도 일하는 걸 나름대로 좋아하는 편인데(예전에는 아니라고 부정했으나 이제는 받아들입니다… 아니면 일하는 시간이 이렇게 길 수 없어…), 에너지가 늘 넘쳐흐르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일할수록 차분해지는 순간이 많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아마도  편지들은 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면에서 보면 ‘’, ‘고민’, ‘마음’, ‘우정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겠고요. 언제까지 쓸지, 또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시작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하죠. 시간이 흘러 지금보다 한참 나이 든 우리가 차 한 잔 마시면서 함께 이 기록을 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때 우리가 이랬구나”라고 함빡 웃으며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제가 이 편지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해요. 잘 늙어가기 위해, 나이 든 내게, 또 J에게 미리 보내는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