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의지다.
고난은 사람을 더 성숙하고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럼 그 고난을 헤쳐나가는 인간의 모습은 어떨까. 고난 속 인간의 모습은 언제나 예술의 중심 주제였다. 표정과 행동, 그리고 마음속의 미세한 파동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자 과정이다. 고난은 누군가에게는 쉽게 지나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삶 전체를 뒤흔드는 시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각자에게 주어진 고난은 결국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그 무게를 이겨내는 방식이 곧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분지점이 된다. 예술은 이러한 인간의 절망과 시련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것을 견디고 넘어서는 희망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예술이 된다.
고난을 다루는 작품 속 인물들은 단순한 장면의 주체가 아니라, 삶의 근원적 힘을 상징한다. 관람객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의지를 되새겨보고,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대부분의 시련은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전쟁, 가난, 노동 — 인간의 고통은 시대마다 형태를 달리하지만, 그 본질의 중심에는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e Géricault)의 <메두사호의 뗏목, 1819, 루브르 박물관> 은 절망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는 절망 속 희망의 메시지다. 바다 위의 난파선 생존자들이 끝없는 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죽음과 맞서는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그는 사실적인 상황 고증을 통해 인간성의 한계와 그 처절한 생존의 몸짓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얼마나 무능하고 비 현실적인지, 그러면서 절망과 분노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생존 본능 욕구를 통해 인간이 숭고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이삭 줍는 사람들, 1857, 오르세 미술관> 은 가난한 농민 여성들의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고된 삶 속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허리를 굽히며 곡식을 모은다. 그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생계의 몸짓을 벗어나 인간 존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존엄성의 표현이다. 작은 이삭 하나는 가족의 삶의 연장을 의미한다. 서민들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사회의 모순된 모습이 함께 내재해 있다. 굶주림과 헐벗음을 벗어나 내일을 이어갈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씨 뿌리는 사람, 1888, 반 고흐 미술관>은 황량한 들판 속에서도 내일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인간의 의지를 담았다. 지금은 고단하지만, 그 땀방울이 훗날의 풍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고흐에게 있어서 농부가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절망을 뚫고 나아가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화가들 또한 현실의 고난 속에서 인간의 의지를 포착했다. 김홍도의 〈타작〉 은 곡식을 수확하는 과정의 풍경이다. 곡식을 털어내는 힘든 농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이웃이 함께 땀 흘리며 살아가는 협동의 가치가 담겨 있다. 고난을 함께 나누는 이웃의 손길 속에서 인간의 따뜻한 감정과 삶의 강인함이 드러난다.
박수근의 〈빨래터, 1954〉 와 〈노상〉 은 한국전쟁 직후의 척박한 현실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의 일상은 가난과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다.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이 중첩되어 보이는 풍경이다. 그의 그림에는 암울한 시대가 가져온 절망보다 삶을 지탱하는 일상의 힘, 고통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소박한 의지가 있다.
이중섭의 〈황소, 1950년대〉 는 전쟁과 가난, 그리고 가족과 이별의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의지의 상징이다. 굳건히 버티는 황소의 눈빛에는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난 때문에 가족과 이별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는 황소를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는 인간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결국 제리코는 생존을 위한 투쟁, 밀레는 가난 속의 인간존엄, 고흐는 희망의 씨앗, 김홍도는 공동체의 나눔과 노동, 박수근은 삶의 의지, 이중섭은 삶과 믿음을 상징처럼 보여주었다. 이들 작품은 인간은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자 언어다. 그림 속 인물들은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 속에 때때로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벼랑 끝에 서있는 감정을 가질 때가 있다. 지나고 나면 찰나의 순간에 가깝지만 당시에는 끝이 보이 않은 고통 속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에게 하나의 물음을 던 질 수 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고난을 헤쳐가는가?” 우리는 그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고난을 표현하는 그림에는 언제나 희망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