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삶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

by 흐르는물


요즘은 혼밥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삶의 모습이 변화를 하였지만 대체로 우리는 가족 그리고 동료 등 여러 사람과 어울려 식사를 하곤 한다. 그래서 식구 食口 라고 한다. 그 행위 자체가 단순히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사 시간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서는 의식과도 같다.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과 한자리에서 음식을 나누는 것은 가족과 동료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족의 식사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먹는 행위 하나를 통해서도 삶의 가치를 알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식사 풍경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가족·공동체·사회적 의미를 담아내는 주제다. 어쩌면 삶 속의 가장 큰 의미 중 하나일 것이다. 화가들은 그런 식사풍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일상의 소박한 한 끼부터 성대한 연회까지 다양한 풍경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 같은 식사 장면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의식적으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그렸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 중 얀 스테인은 웃음이 담긴 해학적 그림으로 보여주었으나 샤르댕은 절제 있는 도덕적 미덕을 표현했다. 그런 반면 고흐는 현실 속 가난에 찌든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런 그림을 통해서 시대적 상황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것은 어쩌면 수 세기 전의 이야기를 현실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서민의 식사 풍경은 단순한 생활 장면이라기보다 우리 삶의 이야기다. 가족의 이야기자 삶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부여다.


얀 스테인 (Jan Steen, 1626–1679)의 작품 <보통 네덜란드 가정의 식사풍경 The Merry Family, 1668>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식탁 풍경을 익살스럽게 묘사하였다. 어른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아이가 놀고 있는 어지러운 방 안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상업으로 번영하여 예술가의 주요 후원층이 시민계층이었다. 그러면서 왕과 귀족 중심의 미술이 아니라 일상의 서민 생활을 주제로 한 풍속화가 성행하였다고 한다. 의사였던 얀 스테인은 현실을 담은 풍자 작품을 많이 그렸다. 결국 이 작품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유쾌한 가정의 식사풍경이지만 무질서한 도덕적 모습을 풍자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훈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Jean-Baptiste-Siméon Chardin, 1699–1779)의 <식사 준비하는 어머니 The Meal of the Grace, 1744>는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귀족들의 향락적 회화가 유행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그는 그런 사치와 대비되는 서민 가정의 따뜻하고 도덕적인 일상을 주제로 삼아 작품을 하여 절제의 미를 강조하였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검소한 부엌과 정적인 분위속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아의 모습은 그런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 또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추측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이 보여주는 그 상황을 통해 우리는 시대와 인물의 이야기를 유추하고 상상하며 작품을 즐기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런 반면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는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1885>을 통해 당시 산업화로 농민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도시의 빈부격차가 심화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작품엔 조명은 희미하고 색조는 흙빛으로 가득하여 어두운 방 안을 보여준다. 그 속에 드러나는 거칠어진 손으로 감자를 나누어 먹는 가족의 얼굴은 주름지고 표정마저 없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굶주린 배를 채우는 삶에 지치고 지친 모습뿐이다.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어려운 노동의 삶과 따뜻한 가족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당시 서민 생활의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이들 작품을 통해 바라보는 식사 장면은 계몽적이고 사실적이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서도 그 의미가 변화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삶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식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속에 가장 보편적이고 따뜻하게 보이는 인간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주는 행복, 안정감이다. 화가들이 식사 장면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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