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처음 산 미대생 그림

가치투자

by 흐르는물

그림을 사본적 있는가. 그림뿐 아니라 어떤 것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어려운 선택이다. 비용의 가치를 따지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처음 구매한 것은 90년 초반쯤 직장에 찾아온 미대생들의 졸업 작품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몇 명의 학생들이 졸업 작품이라고 들고 와서는 작품을 팔곤 했는데 그때마다 한두 점 샀다. 구상 작품도 많았는데 내가 구입한 작품은 대부분 추상화였고, 어느 날 조금 더 큰 작품으로 한 가족이 있는 예쁜 그림을 사서는 오랫동안 거실 벽에 걸어 놓았었다.


그렇게 시작된 미대생 졸업 작품전 그림 구매는 몇 년간 이어졌다. 그때마다 집은 새로운 그림으로 장식되었고 오랫동안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냥 그림이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기분, 그것은 희망이었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부수적인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대 학생들을 통해 그림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일이다.


당시의 그림은 3~4호에서 10호 정도의 소품이라 가격이 비싸지도 않았지만, 벽을 장식하기에는 적당한 크기였다. 그림을 사준 이유도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라 도움을 주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쉽게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에서도 쉽게 그림을 구입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작가에게 직접 구입하거나 갤러리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데 지역에서는 그런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대 졸업생들의 작품은 의외로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팔렸고 각각의 가정에서 그 가치를 다했을 것이다. 화가를 꿈꾸던 당시의 학생들이 지금도 계속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유명해져서 말이다. 그럼 당시에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안목에 기쁨을 맛보지 않겠는가.

오랫동안 그림을 감상하고 컬렉팅을 하면서도 처음 멋모르고 좋아서 구매했던 그림이 생각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기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한번 시도하는 것은 어렵지만,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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