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빚보증이라는 시련과 그림

자존심

by 흐르는물

보증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무를 이행할 것을 부담하는 일이다.

그래서 보증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말이 있었는가 보다.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 날줄 생각도 못했던 어느 날, 직장 생활의 최악 상황이 찾아왔다. 당시엔 서로 보증을 서주는 것이 관행처럼 일반화 된 분위기여서 사고위험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직원들을 빚보증 세운 후 대출을 받아 해외로 야반도주해버린 것이다. 주말을 끼어 철저히 도망을 친 후라 어쩔 수 없이 연대보증인이었던 사람들이 대신 은행 대출금을 갚아야 했고 나도 그 악연의 피해자 가운데 하나였다.


2 금융권의 대출금과 이자를 합치니 당시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그 충격은 10년 여 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그것을 계기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살아왔는지 가장 참담한 순간의 자학이었다.


그때든 생각이 “나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다. 그동안 애써 살아온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자존심. 그것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를 위해 더 투자하고, 가족을 위해 좀 더 노력하는 일은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경제적인 여유와 마음의 풍요로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유로움은 내 급여로는 불가능한 일 일수 있기에 마음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내가 어렵고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 친구 등도 있지만 정서적 안정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림을 보면서 좋아졌던 그런 기분을 간직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나와 가족을 위해 이런 욕심은 좋다고 생각한다.



남는 것은 그림뿐이다.


그림은 소모성이 아니라 언제나 보고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소모적인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구매하여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욱이 나중에 그림값이 오른다면 더없이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림과 운명의 연결 고리 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전시회나 갤러리에서 작품 구입은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웠는데, 우연의 일치였을까. 어느 날 포털을 통해 그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경매 창구가 생겼다. 전시회에서 본 작가의 작품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나와 있었다.


진짜일까 하는 마음에 전시장을 찾아가 보고는 인터넷 경매를 통해 첫 그림을 구매했다. 그때의 마음은 또 다른 기분이다. 그 첫 구매를 시작으로 갤러리 탐방과 작가들과 인연이 깊어갔다. 새로운 삶의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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